[기자의 눈/이인철]‘예비 1학년’ 즈믄둥이들아 힘내렴!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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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 현상으로 초등학교 취학 아동이 2002년부터 해마다 2만∼3만 명씩 줄어들었으나 올해는 62만5000여 명으로 2만3000여 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바뀌어 새로운 1000년이 시작되는 2000년에 아기를 낳으면 행운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분초까지 따지는 ‘계획 출산’이 유행했던 때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엄 베이비’(즈믄둥이)들이 어느덧 취학 연령이 된 것이다.

출산율의 ‘반짝 상승’은 더 좋은 교육 여건에서 내 자식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신세대 부모들의 욕구와 맞물리면서 국립 및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져 서울의 한 국립초등학교는 21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온 가족의 축복을 받고 태어났을 즈믄둥이들의 앞길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미 초등학교 입학 전쟁을 치르고 있고 고교 입시와 대학 입시는 물론 취업까지 극심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웃인 중국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사회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런 탓인지 즈믄둥이 부모 사이에선 ‘특별한’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경쟁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입학 시기를 한 해 늦추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600년 만에 찾아오는 ‘황금돼지띠’인 정해(丁亥)년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재물운’이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일부에선 또다시 ‘특별한’ 아이 낳기 유행이 일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초의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이 배출되고 수출이 3000억 달러를 넘는 희소식이 있었지만 국내 분위기는 교수신문이 사자성어로 압축한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이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태)만큼이나 답답한 한 해였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운 결심을 하며 희망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우리 모두 특별한 염원을 안고 태어난 천진난만한 즈믄둥이들의 눈에 부끄럽지 않은 한 해가 되길 다짐해 보자. ‘입시지옥’ ‘편향교육’ ‘편가르기’ ‘정치공작’ 등의 부정적 단어들일랑 말끔히 사라지고, 국운이 융성해 국민의 주름살이 펴지며 즈믄둥이의 동심이 활짝 필 수 있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인철 교육생활부 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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