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돕는 데 힘 모으는 기쁨 아시나요”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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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인상파풍의 그림 경매에 들어갑니다. 7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6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 연회장.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가격에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내 6차례 경합이 오가더니 최종 150만 원에 낙찰됐다.

이 자리는 스위스계 투자금융회사 UBS 서울지점의 송년회. 이재홍 대표는 송년회 며칠 전 직원들에게 각자 물건을 기증하는 ‘나눔 경매’를 제안했다.

‘잘 될까’ 반신반의했던 이 대표는 직원들의 호응에 놀랐다. 장난감, 옷가지부터 값비싼 명품 가방, 골프채까지 직원들이 내놓은 물건은 모두 55개.

현장의 반응은 더 좋았다. 고가품은 시장가의 80∼90%에, 장난감 등은 웃돈이 붙어 팔렸다. UBS는 이날 모은 391만 원에 회사의 기금을 떼어 627만 원을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했다.

UBS의 나눔 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이 대표를 위원장으로 사내에 사회봉사활동위원회를 구성한 뒤 꾸준히 이어져 왔다.

출발은 도서관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책을 지원하는 ‘작은 도서관 사업’이었다. 2월부터 충남 청양군 청양읍을 비롯해 7곳에 신간 500여 권과 UBS 직원들이 추천하는 스테디셀러를 보냈다.

고려대 의료원과 협약을 맺은 4월부터는 소아당뇨 환자와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다. 4월과 10월 직원들이 상담자가 돼 치료 과정의 고충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고, 이번 겨울에는 의료진과 함께 환자와 가족들을 초청해 2박 3일 일정의 캠프도 진행한다.

이 회사 김수미 이사는 “외국계 회사이다 보니 분위기가 매우 개인주의적이었는데 나눔 활동을 한 뒤부터 직원들이 ‘한데 힘을 모으는 기쁨을 알려 줘 고맙다’고 인사해 온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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