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이사제 사학 국공립화 초래”

  • 입력 2006년 12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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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개정 사학법 헌법소원 사건의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정부와 헌법소원 청구인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이날 재판정에는 사립학교 관계자들이 대거 출석해서 방청했다. 이훈구 기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개정 사학법 헌법소원 사건의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정부와 헌법소원 청구인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이날 재판정에는 사립학교 관계자들이 대거 출석해서 방청했다. 이훈구 기자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국공립화를 초래해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토대를 서서히 무너뜨릴 것이다.”(헌법소원 청구인 측)

“과거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돼 왔던 사학이 얼마나 투명하게 변할 수 있느냐가 본질이다.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몰지 말라.”(정부 측)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연 개정 사학법 헌법소원 사건 첫 공개변론에서 양측은 날카롭게 맞섰다.

지난해 12월 개정 사학법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공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부터 사학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반대로 비리 사학 규제 등을 위한 최소한의 감시 장치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사학법인들은 개정 사학법 14개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지만 정부와 사학이 가장 맞서고 있는 대목은 3개 조항이다.

이사 정수의 4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 중 선임하도록 한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14조 3항)’, 임시이사 선임 요건을 완화하고 임기 제한을 없앤 임시이사제도(25조), 학교법인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의 학교장 임명을 제한하고 있는 54조 3의 3항 등이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의 이석연 변호사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 “사학의 다양성과 독자성이 상실되면 획일적 관급형 공교육이 판을 치게 된다”며 “코미디 같은 법에 헌재가 과감히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사학은 재단법인이 국가 간섭 없이 운영하는 게 본질”이라며 “이는 사학이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해도 달라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 가재환 변호사는 사학법인들도 국가의 교육이념 실현을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내에서 제한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가 변호사는 “개정 사학법은 사학의 건학이념을 단절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학교법인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제고해 올바른 인재양성이라는 교육이념을 달성할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개변론을 마친 뒤 양측이 추가 의견을 내거나 참고인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하자 이날로 변론을 종결했다.

재판부는 “선고 일자는 나중에 정하겠다”고 밝혔다. 헌재가 중요사건의 공개변론 뒤 두 달여 만에 결정을 내렸던 관행에 비춰 보면 내년 2월 전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헌재 소장이 공석이고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선고 날짜는 유동적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여야 사학법 대치… 예산안 처리시한 넘길듯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치로 새해 예산안이 당초 여야가 합의한 처리 시한인 15일을 넘길 전망이다.

양당은 13일 원내대표회담을 열어 협의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한 데 이어 14일에는 기한 내 예산안 처리 무산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설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당초 약속을 깨고 예산안을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사학법의 개방형이사제 조항은 개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근태 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대표는 사학법과 예산안을 연계하지 않겠다고 하고 원내대표는 연계한다고 하는 등 왔다 갔다 해 난감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학법의 ‘최대 독소조항’인 개방형이사제 등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무성의로 일관했다며 사학법 재개정과 예산안 연계 처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여당은 개방형이사제가 정체성의 문제라고 주장하다가 여론에 밀리자 느닷없이 로스쿨법안과 연계론을 들고 나왔다”며 “이로써 여당이 주장해 온 개방형이사제가 당 정체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예산안 처리는 20, 21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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