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제대로 쓰세요…첨삭지도로 본 10가지 핵심오류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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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 논술고사 전형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논술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부적절한 단어의 사용과 천편일률적인 인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7학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 논술고사 전형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논술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부적절한 단어의 사용과 천편일률적인 인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가 당락에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지만 수험생들은 논술을 쓸 때 천편일률적인 표현과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사례를 드는 등 논술의 기초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한 수험생의 원고를 바탕으로 수험생들이 유의해야 할 논술 핵심 10가지를 짚어 본다.》

▽수험생 답안작성 사례▽

①현대의 인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고 있다. ②개인주의를 바탕으로 남에게 무관심해졌고, 남으로부터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다. ③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④무엇 때문에 현대인들은 점점 유대감을 잃어가고, 군중 속에서 더욱 고독해지는 역설적인 시대를 살게 되었을까? 그리고 인간들을 소외시키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현대인은 인간으로부터가 아닌 다른 것으로부터 소외당하기도 한다. ⑤인간으로써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기계에 인간이 예속되었다. 분업화된 관료 체제하에서 인간은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했다. ⑥인간이 만든 컴퓨터에 또 하나의 공간이 형성됨으로써 인간은 주체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사이버 공간의 자아와 현실 공간의 자신 중에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를 혼돈하게 되는 것이다.

⑦피에르 부르디외는 ‘구별짓기’에서 문화와 취향이 구별짓기의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화점에서 구매한 명품이 다른 사람과 구별짓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그 구별에 의해서 인간소외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상품화된, 아니 상품에 예속된 사례는 바로 백화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장 보드리야르가 ‘소비의 사회’에서 언급한 소비가 개인의 환상과 욕망까지도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 바로 백화점이기 때문이다.

⑧그곳에서는 소비를 충동하는 음악, 매장을 한 바퀴 돌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 교묘한 상품의 배열, 오른손잡이가 충동 구매하기 쉽도록 되어 있는 진열 등 작은 부분까지 효율만으로 가득 차 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고객은 백화점 점원에게 돈일 뿐이다.

⑨이제부터는 현대인의 소외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도록 하자. 현대인의 고독은 유대감의 상실에서 비롯되었다. ⑩이는 전통적 윤리를 회복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 서구의 합리주의가 들어오면서 비합리적이고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된 전통적 상부상조의 미덕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동양의 역지사지 정신을 바탕으로 나의 자율만큼 타인의 자율을 존중하여야 한다. 개인의 자율을 보장하면서 타인과의 공감과 연대 속에서 인간들의 소통을 확립할 수 있다.

▽지적 내용▽

[1] 부적절한 단어 사용

인간이라는 용어는 주로 자연, 사회와 대비하여 서술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표현하는 단어는 현대인이다. 이 문장은 ‘현대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면서 살고 있다’고 수정해 주어야 한다.

[2] 의미전달의 부정확성

논술답안을 작성할 때 그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게 서술해야 한다. 이 문장은 남에게 무관심해지기 위해서 개인주의를 선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었다’로 수정해야 한다.

[3] 천편일률적 인용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서 유명 철학자의 말이나 글을 인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주제별로 학생들이 인용할 수 있는 명언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답안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고교생의 수준을 뛰어넘는 철학자의 말과 글은 잘못된 인용으로 감점을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

[4] 과다한 의문문 사용

논술고사는 학생들이 제시문을 토대로 논제에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고 그 해결 대안을 서술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의문문을 사용하여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서술하는 형식은 논술고사의 기본 전제를 위반하는 것으로 평가받게 된다. ‘현대인들이 유대감을 상실한 채 군중 속에서 더욱 고독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다양하다’로 수정하는 것이 좋다.

[5] 잘못된 조사 사용

‘∼으로서’는 자격격 조사이고, ‘∼으로써’는 기구격 조사이다. 자격격 조사는 ‘지위나 신분’을 나타낼 때 사용하며, 기구격 조사는 ‘도구’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이 문장에서는 인간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므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로 수정해 주어야 한다.

[6] 부적절한 사례 제시

이 문단의 첫 번째 문장에서 현대인들을 소외시키는 요소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따라서 그 다음 문장에는 인간 소외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소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⑥문장은 인간 소외가 아니라 자아정체성 혼란이란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처럼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부적절한 사례를 서술해선 안 된다.

[7] 지식 과시성 인용

논술문은 지식이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유명한 철학자의 주장을 답안에 서술해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인용은 답안의 논리적 흐름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장에서는 부르디외의 주장을 인용하기 위해서 구별짓기와 인간 소외를 억지로 연결해 서술했다. 보드리야르를 언급하기 위해서 인간 소외라는 전체 주제에서 벗어난 상품에 의한 인간의 예속이라는 문제를 거론했다.

[8] 장황한 사례 나열

구체적 사례는 논술문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기 위해 한 문장에 너무 많은 사례를 들면 문장이 길어지고 장황하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다양한 사례를 제시할 때는 한 문장에 한 가지 사례를 서술하고 그 문장을 여러 개 서술하는 것이 좋다.

[9] 청유형 문장 남발

서론에서 본론, 본론에서 결론으로 전환될 때 청유형 문장이 많이 이용된다. ‘살펴보도록 하자’ ‘고찰해 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보자’ 등의 청유형 문장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 문장은 ‘현대사회의 인간 소외는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로 수정한 다음에 다양한 대안을 서술하면 된다.

[10] 천편일률적 대안 제시

결론을 서술할 때 우리의 전통 윤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대안을 서술하는 학생이 매우 많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이 모든 논술문의 결론을 전통 윤리의 재확립으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 환경 문제, 인간 소외, 사회적 불평등 등 모든 문제를 동양적 가치의 확립이나 전통 윤리의 복원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결론에서는 현대사회의 문제와 그 원인을 분석한 본론과 연결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본론에서 인간 소외의 원인을 ‘서구적 개인주의’ ‘기계에 대한 의존도 심화’ ‘관료제’ ‘자본주의 사회체제’로 분석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공동체주의 확립’ ‘기계의 적절한 이용’ ‘수평적 조직체계 도입’ ‘생활협동조합 등의 비자본주의적 경제체제 도입’ 등을 제시해야 한다.

채광석 학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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