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화물차 운전사 “유일한 생계수단을 불태워버리다니…”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검게 그슬린 차를 보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았습니다.”

37년 동안 화물차를 운전해 온 부산 금정구 반여동 허모(67) 씨. 그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철회 소식을 듣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2일 운전석과 화물칸 일부가 불에 타 버린 자신의 화물차만 말없이 바라보았다. 2000년 2500여만 원을 주고 구입한 허 씨 가족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8t 화물차다.

5일 경찰입회 하에 진행된 화재감식 현장에서 허 씨는 “유리창이 깨지고 인화물질을 담은 1L들이 플라스틱 통이 운전석 옆에 나뒹굴고 있는 것을 볼 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불을 낸 것이 분명하다”고 잘라 말했다.

허 씨는 1일 오후 대구에서 조립식 건축 패널을 싣고 와 자신의 집 근처인 금정구 금사동 도시고속도로 진입로 부근에 차를 세워 뒀다. 부산 기장의 정관산업단지 공사현장에 2일 건축자재를 운송해 주러 가는 길이었다.

그나마 지나가던 행인이 119에 신고해 소방차가 긴급진화에 나서 차량과 건축자재가 모두 불에 타는 피해는 보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1969년 운전면허를 딴 뒤 화물차 운전으로 가계를 꾸려가면서 아들, 딸을 결혼시킨 허 씨에게 화물트럭은 또 하나의 자식과 같은 존재다.

시꺼멓게 타버린 운전석과 화물칸을 바라보는 노(老) 운전사는 그래서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아무리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차에 불을 지르거나 파손을 일삼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지요.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장거리 운행은 힘에 부대껴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일거리를 찾고 있다”는 그가 한 달에 버는 수입은 이것저것 빼고 100만 원 남짓.

보험도 들지 않아 차량 파손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없다. 폐차처리하고 새 화물차를 살 돈도 없다.

“운송거부는 끝났지만 저는 살아갈 길이 막막하네요. 우리 식구 생계는….”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검게 그슬린 화물차만 바라보았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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