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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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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대신 창업 김태근 씨
올해 8월까지만 해도 김태근(29·‘푸르른 계단’ 동작대방지점 사장) 씨는 무려 100여 군데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가 취업에 실패한 실업자였다. 김 씨는 “말로만 듣던 취업난이 내 앞에 괴물처럼 버티고 서 있을 때 절망감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올해 1월부터 성균관대 프랜차이즈 전문가 과정을 이수해 상권 분석과 마케팅 기법 등 창업의 기본을 익혔다.
청소관리업체를 창업하기 직전 동작구와 영등포구 일대 상가와 다세대주택, 빌라의 분포와 수를 일일이 분석했다. 이 지역에 빌라 등의 밀집 지역이 많고 지은 지 10년이 안 된 새 상가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덕분에 그는 9월 자본금 2000만 원으로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월 매출액 300만 원의 어엿한 사장이 됐다.
그러나 처음부터 고객이 그에게 신뢰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청소관리업은 40, 50대 퇴직자들이 주종을 이루는 업종. 어떤 고객은 그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에게 일을 맡길 수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는 20대 특유의 참신한 홍보 전략과 전문화로 승부를 걸었다. 대걸레질 하나도 스텝과 속도, 회전 정도에 따라 능률이 달라진다는 것. 그는 동네 부동산과 통반장 집, 미용실과 슈퍼 등 동네 소문의 진원지에서 집중 홍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 좌절에 빠진 변홍주 씨
23일 오후 중소기업청 주최로 ‘2006 대한민국 창업대전’이 열린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 이날 창업대전에 참가한 변홍주(25) 씨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경상대 환경생명화학과 4학년인 변 씨는 버섯균사체가 들어간 ‘웰빙두부’를 생산 후 곧바로 가정으로 배달하는 아이디어로 9월 ‘경상두부’를 창업했다.
상황버섯 등 균사체가 들어간 고객 맞춤형 두부는 지난해 12월 경상대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창의성을 인정받은 아이디어. 변 씨의 기대는 그만큼 남달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버섯균사체를 두부에서 성장시켜 성분이 두부에 배도록 하겠다는 애초의 아이디어는 두부를 깨끗하게 처리할 설비가 없어 실현할 수 없었다. 결국 버섯균사체를 두부 제조 과정에서 주입하는 것으로 한 단계 후퇴했다.
변 씨는 “20대 창업자에게 ‘무엇(what)’보다 ‘어떻게(how)’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경영 홍보의 기초를 몰랐고 홍보 효과를 어떻게 검증할지조차 몰라 돈이 있어도 사업을 확장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까지 든다”고 말했다. ○ 실패를 딛고 일어선 이강호 씨
이강호(29·아트웨딩 실장) 씨는 지금도 2년 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이 씨는 2003년 3월경 의류를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했다. 그러나 경험 없이 창업한 쇼핑몰은 생각보다 운영이 쉽지 않았다.
도매업체에서 무작정 옷을 떼 왔지만 찾는 고객이 없었다. 대기업 쇼핑몰이 도매가 수준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것을 보고 1년여 만에 운영을 포기했다.
이후 2004년 7월경 친구 2명과 함께 당시로서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하우스 이벤트 웨딩(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파티와 함께하는 결혼식)’ 업체를 창업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반응은 싸늘했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결혼식은 엄숙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고객들은 그들의 아이디어를 치기 어린 장난으로만 받아들였다. 이 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괜한 고집으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사업자금을 댔다. 쇼핑몰 때처럼 그냥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하면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1년 동안 수많은 웨딩 컨설팅 업체와 접촉해 이벤트 웨딩의 장점을 알린 덕분에 지난해 5월 드디어 첫 예식이 잡혔고 이후에는 입소문을 통해 예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한 달 예식이 35건 이상이며 월 매출액은 5000만 원이 넘는다. 이 씨의 한 달 수입도 600만 원이 넘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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