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 20년,두딸 낳고 건강하게 살아요”

  • 입력 2006년 11월 8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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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된 지 20여 년이 됐지만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건강한 아내와 두 딸도 있고요. 에이즈 감염인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6일 방한한 크리스토 그레일링(42) 목사가 8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레일링 목사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프리카 성직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ANERELA+'의 부회장과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 'HIV & AIDS 및 교회관계'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인인 리젤 여사와 함께 방한한 그는 19년 전 에이즈에 감염된 뒤 결혼해 건강한 두 딸까지 갖게 된 사연을 소개하며 에이즈에 걸렸다고 곧 죽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계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레일링 목사는 혈우병을 앓다가 1987년 받은 수혈 때문에 에이즈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 그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같은 신학교를 다니며 6개월째 사귀고 있던 리젤 여사에게 감염 사실을 알리고 헤어지자고 말했다.

리젤 여사는 "너무 놀랐지만 에이즈 바이러스를 가졌다고 사랑이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며 "의사는 1년밖에 못 살 수도 있다고 했고 미래에 대한 보증도 없었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했고 16년 동안 값어치 있는 결혼생활을 해왔다"고 말했다.

리젤 여사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들 부부는 그레일링 목사가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 수치가 낮아진 것을 확인한 뒤 아이를 가졌으며 4살과 2살짜리 두 딸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그는 "에이즈 바이러스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전염병이 아닌데도 심각한 전염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낙인찍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레일링 목사는 "에이즈 환자도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살 수 있게 해줄 때만이 진정으로 에이즈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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