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나출판사 회장 탈세 등 진술받고도 수사종결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0분


김남전 씨 검찰 신문조서 검찰이 작성한 가나출판사 김남전 회장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 검찰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소유했던 생수회사인 장수천을 인수한 김남경 씨의 친동생인 김 회장의 계좌를 추적해 거액 차명계좌를 확인하고 탈세 진술을확보했지만 지난해 2월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신원건 기자
김남전 씨 검찰 신문조서 검찰이 작성한 가나출판사 김남전 회장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 검찰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소유했던 생수회사인 장수천을 인수한 김남경 씨의 친동생인 김 회장의 계좌를 추적해 거액 차명계좌를 확인하고 탈세 진술을확보했지만 지난해 2월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신원건 기자
검찰이 가나출판사의 200억 원대 차명계좌와 탈세 진술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출판사의 김남전(44) 회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소유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을 인수한 김남경 씨의 친동생이다. 가나출판사는 베스트셀러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펴낸 바 있다.

▽검찰 수사 내용=본보가 단독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김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현금 35억 원 △자기앞수표 등 50억 원 △차명계좌 간 이체 127억 원 등 모두 212억 원의 회사 자금을 출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3개월간의 계좌추적을 통해 김 회장의 차명계좌 보유 사실을 포착하고 지난해 2월 김 회장을 소환해 이 돈의 용처를 추궁했으나 김 회장은 “회사 거래 자금으로 썼으며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용처를 입증할 근거 자료를 추후에 제출하겠다”고 진술했으나 조사 이후 영수증 등 근거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은 차명계좌에서 현금으로 빠져나간 35억 원에 대해서는 “용처를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진술했다.

또 김 회장은 검찰에서 “이자소득이 많으면 종합소득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차명계좌에 자금을 나눠 관리했고 매출을 축소하기 위해 현금을 썼다”며 탈세 혐의를 스스로 인정했지만 검찰은 국세청 통보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피의자 신문조서만 작성한 뒤 추가 조사를 하지 않고 용처를 알 수 없는 비자금도 끝까지 추적하지 않은 채 지난해 2월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반면 검찰은 현대 두산 등 비자금 사건 수사에서는 차명계좌로 관리된 회사 비자금의 용처를 추적해 문제가 있는 관련자들을 뇌물이나 업무상 횡령 등으로 처벌했다.

▽가나출판사와 장수천=노 대통령이 소유했던 장수천은 경영 악화로 부도가 나 2001년 5월 신모 씨에게 2억2700만 원에 낙찰됐으나 2002년 10월 김 회장의 형 김 씨가 11억여 원을 주고 신 씨에게서 회사를 다시 인수했다.

그러나 이렇게 소유자가 두 차례나 바뀌는 과정에서도 노 대통령의 측근인 선봉술 씨는 장수천 경영진으로 일했다. 이후 신 씨는 새천년민주당의 대전 동구청장 후보로 공천을 받았고, 2003년 10월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김 씨는 경북 성주 출신으로 민주국민당 성주지구당위원장을 지냈다.

▽검찰 왜 수사했나?=검찰 수사는 2000년 11월 출간된 ‘만화로…’의 인세 문제를 둘러싸고 저자가 2004년 7월 김 회장을 사기혐의로 고소한 데서 출발했다. 출판사 측이 책 판매량을 대폭 축소 발표해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감췄고 수십억 원의 인세를 떼먹었다는 것이 저자 측의 주장이다.

이후 한 언론사가 2004년 11월 가나출판사의 ‘비자금’과 장수천 인수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김 씨는 해당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명예훼손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김 회장의 거액 차명계좌 보유 사실과 탈세 혐의를 인지했지만 김 씨 측이 지난해 초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하자 다른 부분도 내사 종결했다.

▽검찰 “할 만큼 했다”=검찰은 “당시 충분히 수사를 했지만 횡령 혐의를 찾을 수 없었고 정치권으로 흘러간 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자금이 회사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고, 김 씨의 장수천 인수 자금 출처를 따로 조사했지만 가나출판사와 관련이 없었다는 것.

당시 수사를 했던 K 부장검사는 “212억 원의 용처를 모두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수사했음에도 횡령이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재판 과정에서 차명계좌 운용 사실이 노출돼 국세청에서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따로 통보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모든 의혹은 검찰에서 적절히 답변했고 깨끗이 해명됐다”며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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