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갈린 DJ 장남과 최측근

  • 입력 2006년 9월 2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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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장남인 민주당 김홍일 의원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법원에서 명암이 엇갈린 판결을 받은데 대해 침묵으로 복잡한 심사를 대신했다.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혐의 관련 혐의를 벗은 박 전 장관과 나라종금 인사청탁 의혹으로 금배지를 잃게 된 김 의원의 처지를 지켜보는 김 전 대통령의 마음이 '다행반 아쉬움반'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박 전 장관에게는 무죄선고가 내려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김 의원은 이날로 의원직을 상실해 아버지로서 아들의 정치적 추락을 지켜봐야 하는 아픔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된 셈.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박 전 장관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4년 동안 재판과 옥살이를 했는데 오늘 대북송금 사건관련 부분에 대한 무죄가 입증된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날"이라며 "정부는 박 전 장관을 즉각 석방하고 사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비서관은 김 의원 재판에 대해서는 "믿어지지 않는 결과"라며 "미국으로 출국해버려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검찰증언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보고를 드렸지만 아무 말씀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전 장관의 현대비자금 수수혐의 무죄 확정을 계기로 노 대통령에게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는 등 압박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박 전 장관 무죄 확정에 관한 논평을 통해 "검찰의 무리한 표적수사의 전형이자 무려 20년형을 구형한 끝에 무죄를 확정 받은, 사법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정치인 관련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북송금특검법을 밀어붙인 노 대통령의 역사적 오판이 직접적 배경이 됐고, 이후 남북관계 경색과 동북아의 불안정한 정세를 초래한 근인(根因)이 됐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김홍일 의원 판결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본인이 관련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적용된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제시한 인사청탁 등 구체적 사실이 입증되지 못한 점, 핵심증인들의 진술이 공판과정에서 일절 이뤄지지 못한 점 등에서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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