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비도 차던 시계래” 연예인도 부유층도 홀렸다

  • 입력 2006년 8월 8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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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스위스 산(産) '빈센트 앤 코(Vincent & co)' 시계를 봤는데 한국에서 파는 곳이 어디에요?"

최근 국내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지식검색코너에 올라온 질문이다.

질문 아래에는 "고가의 제품으로 한국에도 곧 수입된다"는 내용과 함께 매장의 위치를 소개한 답 글이 달렸다.

하지만 이 질문과 답변은 모두 연예인과 부유층을 상대로 가짜 명품 시계를 팔다 사기 혐의로 검거된 일당들이 올린 것. 실제 스위스에는 '빈센트 앤 코'란 상표의 시계가 없다.

이모(42) 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신사동에 각각 시계유통업체 사무실과 40여 평 규모의 매장을 차렸다.

이 씨는 이곳에서 한국과 중국제 부품으로 만든 저가 시계를 100년 전통의 스위스 산 명품시계로 둔갑시켜 판매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고(故) 다이애나 비 등 세계 인구의 단 1%만 착용할 수 있는 시계'라는 그럴듯한 허위 광고에 허영심 많은 일부 연예인과 부유층은 매료됐다.

이 씨는 지난달 초 청담동의 한 바를 빌려 부유층과 연예인을 초청해 호화 제품 소개회를 열기도 했다. 또 이 시계를 유명 MC와 탤런트 등 8명에게 무상으로 나눠져 홍보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씨는 부유층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시계 부품을 스위스 현지로 가져가 조립한 뒤 완제품 형태로 국내로 다시 들여와 정상적인 수입신고필증을 받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원가 6만 원짜리 시계가 580만 원 짜리로 부풀려졌지만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200여 개의 작은 다이아몬드를 박은 원가 300만 원짜리 시계에는 무려 9750만 원의 가격표를 붙였다.

이 씨는 32명에게 35개의 시계를 팔아 4억4600만 원의 판매수익을 올렸다. 한 부유층은 원가 150만 원짜리 시계를 6750만 원에 사갔고, 연예인 5명도 이 씨의 고객이었다.

연예인들 사이에선 이 시계가 '행운의 시계'로 불리며 선물용으로 인기를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또 시계를 만든 박모(41) 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국내 판매권을 넘기겠다고 속여 4명에게 15억67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검증되지 않은 수입 귀금속이 명품으로 팔려나가는 사례가 많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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