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술 끊으니 새 삶이 술~술”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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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너무 좋습니다.”

술 없이 한순간도 못 견디던 이재복(49)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재활작업장 ‘청미래’에서 일하게 됐다며 19일 당당하게 소감을 밝혔다.

‘청미래’는 20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내에 문을 여는 국내 최초의 알코올의존자를 위한 자활시설이다.

이 씨는 1999년 심각한 가정불화를 겪으면서 지금은 알코올 ‘의존자’라고 불리는 알코올중독자가 됐다.

“몇 병을 마셨느냐고요? 병이 아니라 이틀, 사흘씩 계속 마셨죠.”

10년 넘게 조선소 기술자로 성실히 일하던 이 씨는 직장도 가정도 버린 채 6개월 동안 내내 술만 마셨다. 살은 10kg 넘게 빠졌고 시력이 나빠져 바로 앞의 사람도 목소리를 듣기 전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누나들 손에 이끌려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기를 수차례. 입원 치료 중 술을 반입해 마시다 강제 퇴원 조치되기를 반복했고 결국 형제들도 그를 포기했다.

고향인 전남 곡성으로 돌아가서도 혼자 연일 술을 마시던 그는 2004년 국내 최초의 음주치료 전문 기관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부설 카프병원을 알게 됐다.

이 씨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3개월 입원 치료를 마친 뒤 병원 측이 마련한 주택에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독특한 제도가 효력을 발휘했다. 자유롭게 활동하다가 집에 돌아올 때 음주측정기 검사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도 없었다. 오히려 이것이 극기 의지를 자극했다. 지난달 연구센터 측은 알코올의존자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카페와 화원, 택배영업소로 이뤄진 ‘청미래’를 만들어 이 씨 등 10명이 일할 공간을 제공했다.

주거시설에서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동료들과 밥을 하고, 청소한 뒤 청미래로 출근해 각종 물건을 배달하고 커피와 주스를 만들며 땀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 작업장이 연구센터 내에 있기 때문에 작업 중간중간에 전문가와 상담하기도 편하다.

노동부는 이들에게 1년 동안 월 70만 원의 급여를 지원한다.

연구센터는 이들이 청미래 과정을 마치면 창업을 지원하고 서너 명이 지낼 거처도 제공할 방침이다.

20일 개소식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역 기관장 등이 참석해 이 씨를 비롯한 알코올의존자들의 사회 적응을 축하할 예정이다. 알코올의존 상담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031-810-9216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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