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리니지 명의도용 방조했다”

  • 입력 2006년 6월 30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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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대규모 명의도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은 "게임운영업체인 엔씨소프트가 명의도용을 막기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며 이 업체 부사장을 명의도용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명의도용 사건과 관련해 게임업체에 책임을 묻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또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서비스센터에서 10만여 명의 고객정보가, 고려신용정보와 솔로몬신용정보 등 2곳의 신용정보회사에서 10만여 명의 채권자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업체에 정보보안 강화를 요청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0일 엔씨소프트의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인 김모(44) 부사장을 주민등록법 위반(타인 주민번호 부정사용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리니지 게임에서 12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도용됐지만 이를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타인의 명의로 회원가입을 하더라도 본인 확인절차 없이 게임계정을 만들어줬다"며 "지난해 9월 5만6000여 명의 명의가 도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명의도용 차단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명의도용 사건이 터진 뒤인 올 3월에야 신규계정 신청 시 휴대전화를 이용한 본인 확인 절차를 도입했다.

경찰청은 또 리니지의 게임아이템을 수집해 판매하는 속칭 '작업장'을 운영한 최모(34) 씨 등 7명과 개인정보를 돈을 받고 팔아온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전직 이사 김모(38) 씨 등 2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 씨 등 국내에서 작업장을 운영한 7명이 지난 1년간 판매한 게임아이템은 모두 142억 원에 이른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 100여 명의 인건비와 계정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5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유출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1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중국의 작업장에서 도용된 것으로 보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중국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중국에서 리니지 게임으로 직접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한편 1개의 인터넷 주소(IP)로 등록할 수 있는 계정 수를 제한하는 등 나름대로 명의도용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도 명의도용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현재 개인정보 도용 피해자 1만1300여 명은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1인당 1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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