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씨 “망망대해서 북한 선박에 구조된 뒤 입북”

  • 입력 2006년 6월 29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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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김영남(45) 씨는 29일 금강산 기자회견을 통해 "나의 사생활이 정치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납치문제를 통한 일본의 대북 압박을 비판했다.

김 씨는 "지난 시기 나의 입북문제와 관련 이러저러한 말들 많았는데 정확한 견해 가졌으면 한다. 나의 입북은 납치도 자진월북도 아닌 대결시대 우연적으로 일어난 돌발적 입북"이라며 "나와 나의 가정 문제가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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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일부가 (나의 문제를) 정치화, 국제문제화해서 북을 반대하는 데 써먹으려 하고 있다"면서 "나의 사생활이 정치화, 국제문제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북한에 거주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납북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우연한 경위로 북한에 건너갔다며 "망망대해에서 북한 선박에 구조된 뒤 입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1학년 재학 중이던 1978년 8월 5일 선유도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북한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선유도에서 일련의 해프닝 속에 잠시 몸을 피하기 위해 해수욕장 인근에 있던 나무쪽배를 탔다가 잠시 잠이 들었고 망망대해로 흘러간 뒤 북측 선박의 구조를 받아 북으로 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함께 놀러갔던 여자친구들에게 빌려준 녹음기를 찾으라며 폭력배 같은 선배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일시적으로 몸을 피하자는 생각에 바닷가의 조그만 나무쪽배에 숨었다"고 사건의 발단을 전했다.

그는 이어 "안심이 되지 않아 배를 약간 (바닷가에서) 뺀 뒤 누웠다가 깜박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섬은 보이지 않고 해수욕장의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섬으로 가기 위해 판자로 배를 몰았지만 아무리 봐도 섬은 보이지 않았고, 날이 밝아오자 망망대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던 차에 멀지 않은 곳에서 배를 발견, 구원을 요청했다"면서 "그 배에 올라가자 일단 (섬으로) 가기는 힘드니 자기들 있는 데로 가고 나중에 (집으로) 가면 어떻냐는 말에 배를 타고 갔더니 후에 알고 보니 배는 북측 배였고, 도착한 곳은 남포항이었다"고 경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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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겁도 나고 걱정도 앞서 처음 몇 일 간 밥맛도 없었지만 점차 북쪽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굳어진 마음도 풀어지고 공부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에 들었고, 여기서 공부하고 (고향에) 가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던 것이 계기가 돼 28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자신의 직업과 관련, "특수부문, 구체적으로 통일부문 관련 사업을 보고 있다"면서 "당의 품에 안겨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딸 은경 양이 김일성종합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아들 철봉 군은 소학교를 다니고, 부인 박춘화 씨는 당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장인은 평양시 인민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 씨는 이날 자신의 전 부인인 요코다 메구미 씨가 1994년 4월13일 병원에서 자살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메구미의 사망 동기는 처녀 때부터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서 뇌를 많이 다쳤다는 기억이 있다고 했다"며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가정생활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서 전문병원에 보냈는데 치료사업이 잘 안돼서…"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번 자살시도가 있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은 말씀드리지 않겠는데 결국 병원에 가서 자살한 것으로 됐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일본 측에 건네준 메구미 씨의 유골과 관련, "(일본의) 간곡한 부탁에 의해 유골도 넘겨줬다"며 "당시 일본 측 단장은 유골을 받으면서 내게 직접 받았다는 것과 메구미 부모에게 책임적으로 전달하고 공표하지 않겠다는 자필 확인서도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골을 여기저기 나눠주며 감정놀음을 벌인 끝에 가짜라는 졸렬하고 유치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며 "남편인 나와 메구미에 대한 모욕이고 참을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비난했다.

<디지털뉴스팀·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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