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법’ 규정 대추리 집회…총리실 “허가 검토” 요청

  • 입력 200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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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韓明淑) 국무총리가 14일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서 강행하기로 한 집회를 허가하도록 이택순(李宅淳) 경찰청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12일 오후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등 15개 부처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군대책 실무위원회의’가 끝난 뒤 한 총리가 이 청장에게 ‘대추리 집회를 허용하는 방법을 검토해 봐달라’고 말했다”고 이날 전했다.

범대위가 평화적 시위를 약속한 만큼 집회를 허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청장은 “집회를 허용할 경우 다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며 집회 불허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총리실은 집회 허용 방안을 검토하도록 경찰에 여러 차례 요청하면서 경찰청과 범대위 관계자 간의 대화를 주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밤 범대위 관계자를 만나 대추리 집회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대추리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시설 주(국방부)가 집회 불허를 요청할 경우 경찰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대추리 집회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추리가 아닌 다른 지역을 집회 장소로 내 주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총리실이 시위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듯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직접 요청한 것이 아니라 총리실에서 ‘평화시위가 확실히 담보되면 집회 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며 “무조건 허가해 주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확장 반대 집회를 지켜본 뒤 14일 집회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경찰은 민주노총이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평택시청 앞에서 열기로 한 집회는 ‘평화적 집회’ 약속을 받고 허가했으나 대추리에서의 집회는 불허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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