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우성이의 ‘행복 자전거’

  • 입력 2006년 4월 8일 03시 03분


코멘트
‘세이브 더 칠드런’ 인천지부로부터 선물받은 자전거를 타고 좋아하는 전우성 군. 장원재 기자
‘세이브 더 칠드런’ 인천지부로부터 선물받은 자전거를 타고 좋아하는 전우성 군. 장원재 기자
“와, 새 자전거다!”

어린이보호재단 ‘세이브 더 칠드런’ 인천지부의 이성준(38) 팀장이 들고 간 종이상자를 열자 전우성(13·인천시 남구 학익1동) 군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전 군은 구석에서 드라이버와 펜치를 갖고 달려와 접이식 자전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방에서 콜록거리던 아버지 전봉주(50) 씨도 옆에서 브레이크를 잡아 보며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

전 군의 아버지는 3년 전 폐암 수술을 받고 지난해 오른쪽 폐를 절단했다. 지금은 만성천식으로 장애 3급을 받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 군이 어렴풋이 얼굴을 기억하는 어머니는 10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줄곧 누워 있는 터라 집안일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누나 미림(18) 양과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누나 미소(15) 양의 몫이다.

수입은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 60만 원이 전부. 추운 겨울을 보냈지만 학기가 시작되면서 살림은 더 힘들어졌다.

전 군은 지금까지 매일 오전 7시 반에 일어나 아침도 거른 채 집을 떠났다. 거리도 멀고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서 40분 동안 걸어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새 자전거가 생겨 등교 시간이 15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 군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조만간 집을 떠나야 하기 때문.

지난해까지 무허가 판잣집에서 살던 전 군 가족은 집이 철거된 후 보조금 1800만 원을 받고 공동주택에 전세로 들어왔다.

하지만 들어와 보니 이미 경매에 넘어간 집이었다. 전 군 가족은 다음 달까지 집을 비워 주고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지만 막막하기만 하다.

아버지 전 씨는 “커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우성이에게 축구공 하나 사 줄 형편이 안 된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전 군은 어른스럽게 “자전거가 생겼으니 괜찮다”며 자전거 손잡이를 쥐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의 전홍진(33) 팀장은 “전 군처럼 등굣길이 부담스러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지급하거나 교통카드 금액을 충전시켜 주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티머니(T-money)의 후원을 받아 4월 한 달 동안 싸이월드와 함께 어린이 교통비 지원을 위한 ‘행복한 학교 가는 길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신청과 추천은 23일까지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cytogether.cyworld.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