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홈스쿨링 학생 따로 뽑는다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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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부모와 함께 공부한 학생을 내년 입시부터 ‘홈 스쿨링(Home Schooling)’ 전형방식으로 선발한다.

홈 스쿨링 전형은 국내 대학 중 처음. 획일적인 학교 교육과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부모가 집에서 직접 가르친 학생에게 대학입학을 허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하대는 7, 9월에 치르는 수시모집에서 각각 10명씩 모두 20명의 신입생을 홈 스쿨링 전형(비인가 대안학교 출신 포함)으로 뽑는 방안을 24일 확정했다.

여기에 지원하려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정한 대학 신입생 자격 요건에 따라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인하대는 검정고시 성적을 70%, 면접 점수를 30% 비율로 전형할 계획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는 반영하지 않는다.

면접은 △홈 스쿨링을 통해 배운 내용을 보여 주는 포트폴리오 △학업계획서 △인성면접으로 나뉜다.

포트폴리오는 서류 또는 사진으로 제출하면 된다. 인성면접 때는 면접관이 홈 스쿨링에 대한 경험을 묻는다.

박제남(朴濟男) 입학처장은 “개성과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홈 스쿨링 전형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2일 정책 연구를 거쳐 홈 스쿨링을 제한적인 범위에서 정식 학력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국내 홈스쿨링 실태▼

지난해 12월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하는 김성현(9·경기 파주시) 군은 며칠 전 중고 냉장고를 선물받았다.

전자 제품을 좋아하자 냉장고를 분해하고 조립해 보라고 부모가 사준 것.

“며칠 동안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봤어요. 그리고 냉장고 관련 책을 읽었더니 어떤 원리로 냉각작용을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됐어요.”

김 군은 학교수업 등 꽉 짜인 하루 일과에서 벗어나 ‘홈 스쿨링’을 통해 소질을 키우고 있다.

어머니 이윤정(36) 씨는 “홈 스쿨링을 하면서 아이의 특성을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성현이의 동생(5)도 집에서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붕어빵 교육은 싫다”=정규학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홈 스쿨링을 선택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현재 1000여 가구가 홈 스쿨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해마다 3만∼5만 명의 초중고교생이 학교를 그만둬 홈 스쿨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면후(9·인천 연수구) 군은 1년 6개월 전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홈 스쿨링을 시작했다.

수업 시간표 없이 과학과 수학 서적을 매일 2, 3권씩 읽는다. 시간에 여유가 생겨 좋아하는 책을 수천 권 읽었다.

요즘은 수영과 피아노에 흠뻑 빠져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인하대 영재교육원에서 수학을 배운다.

▽왜 홈 스쿨링을 택하나=홈 스쿨링을 결정한 이유는 다양하다. 공통적으로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을 꼽는다.

아이는 미술이나 음악을 하고 싶은데 학교에서 정한 시간표대로 하면 소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부모는 교사의 사려 깊지 못한 언행, 학생에 대한 부당하고 편파적인 대우 때문에 홈 스쿨링을 결정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이혜영(李惠英) 선임연구위원은 “홈 스쿨링도 하나의 교육방식인 만큼 다양성을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홈 스쿨링을 인정하고 교육 시설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없나=홈 스쿨링을 한 지 1년 6개월 된 주부 송영희(43) 씨는 “교재와 교수법 등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미경(41) 씨는 “전인교육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교육 내용을 접하게 해야 하는데 부모가 모든 내용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홈 스쿨링 하는 아이를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인하대 손민호(孫敏豪·교육학과) 교수는 “홈 스쿨링을 하는 가정이 소수라 할지라도 그들의 선택을 보호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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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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