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남아産 담배…“유해물질 진짜의 9배…구별 어려워”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담배를 피우고 싶지만 돈이 없으니 별수 있나.”

22일 오후 4시경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탑골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양모(57) 씨는 베트남산 담배 ‘비티(BT)’ 한 개비를 내밀었다. 첫눈에도 조악해 보이는 이 담배는 한 갑에 500원에 팔린다. 가장 싼 국산 담배장미(1800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양 씨는 “처음 맛은 텁텁하고 씁쓸하지만 길이 들면 피울 만하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의 담을 따라 골목길로 들어서니 신문지 위에 시밀레, 위드(이상 중국산), 패스(라오스산) 등 수입 저가 담배를 파는 노점상이 보였다. 이들 담뱃값은 500∼1500원. 10분여 동안 10명가량이 담배를 사 갔다. 값을 깎아 달라며 가벼운 언쟁을 벌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옷차림이 허름한 노인들이었다.

한 판매상은 “500원짜리는 350원, 1000원짜리는 800원에 사 와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판매상은 “담배 장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곤 ‘오야붕’(왕초란 뜻의 일본어)이라 불리는 선글라스를 쓴 50대 남자를 소개해 줬다.

‘오야붕’은 “이 구역에서 장사를 하려면 내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한 갑에 100∼200원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 유통되는 담배를 파는 사람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외국산 저가 담배를 들여와 불법 유통시킨 혐의(담배사업법 위반)로 김모(34) 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담배 1020박스(51만 갑)를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2004년 11월부터 시밀레 영지 장백산(이상 중국산), 패스 니드(이상 라오스산), BT 평양(북한산) 등 외국산 저가 담배 20종 3000여 박스(150만 갑)를 갑당 150원 정도에 수입해 탑골공원 등지에서 불법으로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판매가격이 200원 이하면 세금이 감면된다는 점을 이용해 담배를 200원에 팔겠다며 수입해 공원 등지에서 500∼1500원에 팔아 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 국산 담배를 유통한 조직도 붙잡혔다. 가짜 외국 담배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가짜 국산 담배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 국산 담배를 유통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정모(40)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레종’ ‘더원’ 등 국산 담배 상표를 붙여 만든 중국산 담배 900박스(45만 갑)를 500원 정도에 구입해 유흥업소, 건설현장, 개인 편의점 등지에 판 혐의다.

이들 저가 및 가짜 담배의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은 국산 담배의 3∼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KT&G 측은 “국산 담배 판매순위 4, 5위인 더원과 레종이 위조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애연가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공식 판매업소 마크를 내건 지정판매처에서 담배를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 위조담배 식별법 가짜 ‘더원’은 무지개마크 약간 짧아

적발된 가짜 담배들은 전문가가 아니면 육안으로 진품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위조됐다. KT&G 관계자조차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진품과 위조 담배를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형 마트 등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된 진품과 대조해 보는 것이다.

위조된 담배는 더원의 경우 글자 위에 나타난 무지개마크 길이가 진품보다 약간 짧고 색이 흐리다. 가짜 레종은 케이스 중앙에 있는 체크무늬 색이 진품보다 더 짙다.

담배를 박스로 샀을 경우에는 구별 방법이 더 간단하다. 접착 부분을 뜯었을 때 풀 자국이 일자로 나 있으면 가짜고 네 곳에 나눠져 있으면 진짜다.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