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교 교과 논술]수학·과학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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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 고교 수학과 과학 논술을 신설했습니다. 통합교과형 대입 논술과 고교 내신의 논술형 평가에 맞는 수준 높은 명강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석원(수학), 이범(과학) 선생님이 지면 및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담당합니다.》

▼통합교과형 수리논술 궁금증 확 풀어드려요▼

대입 논술고사에서 ‘통합교과’ 경향은 수리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언어논술과는 달리 아직 그 정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실루엣만으로도 그 정체가 ‘통합교과’형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본 지면에서는 수리 논술의 모든 것을 ‘통합교과’라는 스펙트럼에 비춰 해부할 생각이다. 통합교과형 수리 논술의 정체가 궁금한 수험생은 본 지면을 애독해 주기 바란다. 불안함이 자신감으로 바뀔 것이다.

○ 수와 식이 없는 수리 논술 답안

서울대 2008학년도 통합논술 예시문항 수리영역 문제와 2006학년도 수리논술 문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학문제라는 점에서, 정확한 풀이 과정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정답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을 이 문제들에 적용해 보면 두 시험의 차이가 드러난다.

서울대 예시문항은 첫째, 풀이 과정을 요구했지만 수학교과의 암기된 공식의 사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심지어 계산도 요구하지 않는다. 해답을 작성해 보면 답안지에 숫자와 식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원고지에 논술문을 쓰듯이 풀이 과정을 작성하라는 문제들이다. 즉, 교육부가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에서 금지한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측정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둘째, 정형화된 풀이와 답을 요구하지 않고 질문을 해결해 가는 과정과 절차를 중시한 문제들이다. 이 점도 교육부의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에서 매우 중요하게 제시된 내용 중 하나다.

셋째, 답안이 단답형이나 선다형이 아님은 물론이고 고교 과정 이상의 지식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 서울대 수리논술의 성격

무엇보다도 문제 분석 능력이 필요한 시험이다.

어떤 수학문제도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개념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개념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체득했는가가 내신 성적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리영역 점수를 좌우한다.

그러나 서울대 예시문항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통합논술의 수리영역 문제는 꼭 그렇지 않다. 어려운 개념과 복잡한 공식을 사용해 풀이 과정을 쓰고 답을 도출하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능이 요구하는 개념이나 지식보다 낮은 단계를 요구하는 것이 통합논술의 수리영역이라 할 수 있다. 즉, 지식의 관점에서만 보면 교과서 예제 수준의 개념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문제의 상황은 내신이나 수능보다 훨씬 복잡하고 많은 것을 동시에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많은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깊은 생각을 요구한다.

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결하는 과정을 정확한 절차에 따라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 이지논술 지면과 강의 적극 활용

많은 수험생이 이 같은 수리논술에 대해 전혀 준비가 돼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남은 기간 동안 효과적으로 훈련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지금 당장 수험생이 연습할 수 있는 자료는 교과서의 몇 안 되는 ‘생각해 볼 문제’ 정도이다. 동아일보의 이지논술 지면과 강의를 통해 수험생들에게 필수적이고도 효과적인 훈련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교과서의 생각해 볼 문제들과 이 지면을 통해 제공되는 문제들에 대해 수험생 스스로 그 모범답안을 정확히 작성하는 연습을 반복할 것을 간곡히 권한다.


▼교과서 밖 지식도 쌓아야 과학논술이 술술▼

최근 ‘통합교과형 논술’ 등 논술문제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과학논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학논술은 교과내용 안팎의 다양한 과학적 지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폭넓은 시사적, 철학적 관심사를 주제로 삼고 있다.

○ 과학논술 문제의 유형

과학논술 문제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출제율이 가장 높은 것은 다음 2가지다.

첫째, 교과과정 내의 과학적 지식을 묻는 것이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소재의 문제가 출제된다. 대체로 답안을 쓰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시문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교과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는 쓰기 어렵다. 표면상 ‘통합교과형’임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 단일교과형 문제인 경우도 많다. 서울대 2008학년도 예시문제 4번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행성의 크기 및 태양과의 거리가 행성의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지구과학 교과내용을 알지 못하면 요구하는 답안을 써내기 어렵다.

둘째, 교과과정 외의 과학적 지식을 묻는 것이다. 과학 교양서적이나 과학 잡지를 많이 읽은 학생이 유리하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대 2008학년도 예시문제 3번은 개체나 세포가 비례 성장을 할 경우 두 가지 불비례의 문제(무게-단면적간 불비례, 체적-표면적간 불비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소재로 삼았고, 성균관대 2006학년도 2학기 수시 예시문제는 공룡 멸종을 소재로 삼았다. 교과과정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고전적이거나 과학계에서 확립된 주제를 출제한다. 참고로 무게-단면적간 불비례는 갈릴레이가 400년 전에 지적한 고전적 주제이다.

이 밖에 고교 1학년 과학교과서의 ‘과학의 탐구’ 단원과 연계해 과학 연구방법론에 입각하여 실험을 비판하거나 설계하도록 하는 문제도 출제 가능하다.

또 개별 과학이론 또는 개념을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고 과학·기술의 사회적 성격,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 연구윤리, 의료·생명윤리 등도 다뤄진다. 윤리적 문제나 환경문제를 소재로 삼는 경우에 대비해 시사적인 쟁점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 어떻게 대비할까

과학논술은 대체로 ‘정답’이 존재한다. 물론 답이 하나가 아니라 복수일 수도 있다. 서울대 2008학년도 예시문제 3번의 경우 ‘개미가 코끼리만 해질 수 있는가’를 물었는데, 여기에는 ‘예’와 ‘아니요’의 두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와 ‘아니요’를 뒷받침하는 각각의 논거를 ‘모범 답안’으로 정리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출제자가 요구하는 정답이 존재한다. 이런 면에서 대개 과학논술 문제는 고전적인 인문학적 논술 문제와 차이가 있다.

과학논술에서는 논지파악이나 추론 못지않게 배경지식이 중요하다. 출제된 소재를 한 번쯤 교과서나 교양서적 등을 통해 접해 보고 정리해 본 경험이 있다면 답안을 작성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따라서 과학논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과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고, 교양 도서와 ‘과학 동아’와 같은 잡지를 통해 관련 지식을 꾸준히 쌓는 것이 좋다.

지구과학은 현재 수능 선택과목 가운데 가장 인기가 적지만, 논술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지질 대기 해양 천체 등 모든 단원이 통합교과적 소재로 가득 차 있고, 실제로 많은 논술문제에서 활용돼 왔다.

마지막으로 이과생들의 취약한 쓰기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논술 대비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이과생들의 진로를 고려할 때 쓰기나 말하기 등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 능력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대학에서 과학논술을 출제하는 중요한 목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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