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동성애자 전경 병역거부 선언

  • 입력 2006년 3월 6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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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병으로 근무 중인 동성애자가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

서울 도봉경찰서 소속 전투경찰인 유정민석(柳鄭珉錫·24) 일경이 6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2003년 7월 동성애자인 임태훈 씨가 군 복무 자체를 거부한 적은 있으나, 현역으로 근무하던 동성애자가 병역 거부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정 일경은 이날 오전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가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남성적인 가치를 강요하는 군대에서 생활하며 내 안의 여성성이 더 확고해졌다"며 "남성화된 병영문화의 병폐와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남성성을 재생산하는 군대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입대한 유정 일경은 11월 서울 도봉경찰서로 배치된 뒤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고민해오다 지난달 2일 한 달간 병가를 냈다. 그는 병가가 끝난 2일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다.

유정 일경은 "지난해 12월 동성애자임을 밝혔으며 경찰병원 신경정신과에서 받은 인격진단검사에서 군복무에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하지만 동성애자들이 군복무를 하고 있고 동성애도 라이프스타일의 하나가 됐다는 이유로 전역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대에서 성추행 등 가혹행위는 없었지만 텔레비전을 보며 동성애를 조롱하는 선임병들의 얘기를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정 일경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수했으며 도봉경찰서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유경 일경에게 휴가를 주는 등 배려를 할 테니 병역 의무를 마칠 것을 제안했으나 본인이 조속한 사법 처리를 원하고 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유 일경에 대한 고발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동성애자와 관련된 처벌 규정은 따로 없으나 병역을 기피하고 복무지를 이탈한 것은 전투경찰대설치법 9조와 10조 위반"이라며 "도봉경찰서가 고발 요청을 하면 불가피하게 이를 승인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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