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유공자가족 시험 가산점’ 헌법 불합치 결정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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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의 가족이 국가나 지방공무원 7, 9급 시험과 교원임용 시험에 응시할 경우 만점의 10%를 가산점으로 주도록 한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률의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01년 같은 사안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효종·金曉鍾 재판관)는 2005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응시자와 2004년 7,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 등 4300여 명이 “가산점 조항이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23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심판 대상 법률 조항이 2007년 6월 30일까지 유효하다고 밝혔기 때문에 국회가 이 조항을 개정하지 않으면 2007년 7월 1일부터 효력을 잃게 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전효숙·全孝淑 재판관)는 이날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재심위원회)가 사립학교에 대해 “소속 교원(교사)의 재임용 거부 등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릴 경우 사립학교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한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교원 지위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교원 지위법 10조 3항은 교원에게 재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교원의 신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 법인은 이 같은 권한이 없다. 이에 따라 사립학교 법인은 재심위원회의 소속 교원에 대한 징계 취소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학교법인도 재심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교원 지위에 관한 특별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하고 국가유공자 가산점 비율과 수혜 대상자의 범위도 재조정하기로 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수혜자 70만명…평등권 침해” 관련단체 “무리한 결정”반발▼

헌법재판소가 국가유공자 가산점 제도에 대해 23일 기존 결정을 뒤집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 등 가산점 혜택 대상자 70만여 명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헌재는 최근 수년 동안 가산점 수혜자가 많이 늘어나 상황이 크게 바뀌는 등 이 제도가 일반 응시자들의 공직 진출 기회를 제한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왜 뒤집었나=헌재는 2001년 같은 사안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국가유공자 가산점 제도가 일반 응시자들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2002년 광주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과 2004년 특수임무 수행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가산점 수혜 대상자가 늘어난 상황에 주목했다. 1990년 17만2000여 명이던 가산점 수혜 대상자는 2000년 56만여 명, 2002년 66만3000여 명, 2003년 71만8000여 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

2002∼2004년 7급 국가공무원 시험의 경우 가산점 혜택을 받는 국가유공자 가족의 합격률이 25.1∼34.2%에 이르고 있다.

국가보훈처의 취업보호대상자의 취업 실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본인이 취업한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국가유공자 가족 또는 유족의 비율이 90%였다. 가산점 제도의 상위 근거가 되는 헌법 32조 6항은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의 기회를 우선 부여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2001년 결정 당시 이 조항이 국가유공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가산점 제공의 근거가 된다고 봤다. 이 헌법 조항은 일반 응시자의 기회를 제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헌재의 인식이다. 그래서 헌재는 “가산점의 수혜 대상자를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전몰군경의 유가족’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 따를 듯=헌재 윤영철(尹永哲) 권성(權誠)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고난이 그 가족들에게 이어지고 있어 가산점 부여가 타당하다는 논리다.

이런 의견은 법 개정 과정에서도 국가유공자의 예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처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핵심 간부들이 모여 법률 검토 작업을 비롯해 대책을 협의 중”이라며 “대응책을 마련해 24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훈처는 관련 법 조항의 유예 기간이 있어 늦어도 내년 7월 1일까지는 법 개정을 포함한 대책을 시행해야 할 입장이다.

한 국가유공자 단체의 간부는 “이번 결정은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다른 단체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공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헌재가 사회적 분위기와 여론의 흐름을 지나치게 쫓아 무리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헌법불합치 결정: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결정에 따른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관련법의 개정 때까지 잠정적으로 해당 법률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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