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천항]<1>공급자 중심의 항만 정책

  • 입력 2006년 2월 22일 0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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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지난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수출입 물량이 크게 늘고 있지만 부두시설 부족으로 2008년경에는 과포화 상태에 이른다. 부산항, 광양항 개발에 주력하는 정부의 ‘투-포트 정책’으로 인천항 확대 개발은 민자 유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물류 중심지로 떠오르는 중국 동북지역 항만과 비교해 인천항의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D업체는 인천항보다 물류비용이 20∼30% 더 드는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 칭다오(靑島)의 주 거래처와의 수출입 기일을 잘 맞추기 위해 화물선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부산항이 편리하기 때문. 인천∼칭다오 간 화물선 항로는 주 2, 3회에 불과해 배편 예약도 쉽지 않다.

D업체 대표 김모 씨는 “부산항 대신 인천항을 이용하면 운송 기일을 최소 1일 이상 줄일 수 있고 운송비도 컨테이너 1TEU(20피트짜리 1개) 기준으로 20만 원 이상 절감할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관문인 인천항 배후엔 반월, 시화, 남동 등 7개 국가산업단지와 60개 지방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국내 수출입 물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이곳의 제조업체들은 내륙 운송비를 더 부담하더라도 항로 선택권이 좁은 인천항 대신 부산항이나 광양항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항에 취항한 31개 컨테이너 정기선은 일본 3개, 북한 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과 동남아 노선이다. 이들 노선은 주 1회에서 3, 4주에 1회 꼴로 운항하고 있다.

노선이 다양하지 않지만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995년 29만6000TEU에서 2005년 115만3000TEU로 늘어났다.

전국 1551만9000TEU의 7.4%를 차지하는 물량으로 증가율로 치면 전국 3대 무역항인 부산항 2.7%, 광양항 8%를 크게 앞선 23.3%다.

하역 물품이 양곡 원목 등 벌크화물에서 컨테이너화물로 바뀐 데다 중국 교역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전일수 교수는 “국내 컨테이너 화물의 60%가 부산항을 거쳐 중국과 동남아로 가고 있다”며 “물류비 절감보다는 수도권 개발 규제를 위해 시행된 정부의 ‘투-포트(two-port)’ 정책이 제조업체에 손실을 입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신항(부산)과 광양항, 평택항 개발에 예산을 중점 투입하고 인천항에는 항로 준설 등 항구 유지를 위한 비용 등만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정책기조는 유럽, 동남아, 미주노선의 기항을 부산항으로 설정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하이 칭다오 다롄 톈진 등 중국 동북지역 4대 항구가 물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전통적인 기간 항로가 바뀌는 추세다.

인천지역 항만 물류업계에선 중국 동북항구와의 경쟁 체제를 갖추기 위해 인천항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발이 지체될 경우 수도권 제조업체들이 점차 부산항 대신 중국 동북지역 항구를 환적항구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많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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