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양주시장 등 26명 고발… 지자체 250곳 운영실태 감사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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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경남 진해시 행정 7급 공무원은 2004년 말부터 2005년 6월까지 관내 복지관이 보내 온 도시가스요금 청구서 금액을 변조해 시가 실제 금액보다 많은 돈을 지급하게 했다. 이어 이 공무원은 복지관에 ‘잘못 보냈다’며 추가 지급된 돈을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로 돌려보내도록 했다. 이후 그는 신용카드로 이 금액만큼 상품권과 귀금속을 구입한 뒤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모두 7092만 원을 빼돌렸다.

#사례2 서울의 한 구청 인사팀장은 자신의 근무성적평가 결과(7위)와 경쟁자의 결과(4위)를 맞바꿔 보고해 승진에 성공했다.

감사원이 2004년부터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지자체의 관리 감독 및 예산 집행, 인사 등 전반적인 자치행정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04년부터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지자체의 관리 감독 및 예산집행, 인사 등 전반적인 자치행정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9일 임충빈(任忠彬) 경기 양주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하고 부당 행위를 한 공무원 25명을 고발했다. 또 기초단체장 18명에 대해선 ‘주의’ 조치했으며 공무원 249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이 이번에 적발한 횡령, 유용, 예산 낭비, 유착 비리 등 불법 행위와 부당 사례는 모두 787건에 이른다.

임 시장은 2004년 12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양주시 옥정 광석지구에 대한 개발 행위 제한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보상금을 노린 투기성 개발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 ‘주의’를 받은 단체장들은 대부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정치권에서는 ‘표적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돈 챙기는 수법 갈수록 지능화=양주시의 전현직 공무원 5명은 택지개발예정지에 대한 개발 행위를 제한하라는 지시를 오히려 이용해 친인척의 땅에 개발 행위를 허가해 주는 수법으로 92억 원의 추가 보상을 받도록 했다.

부산시의 한 공무원은 시가 필요한 사업터를 물색하는 사실을 알고 형수에게 10억여 원에 특정 토지를 매입하게 한 다음 이 토지를 시가 10년간 18억 원에 임차하는 계약을 했다.

전남 구례군의 한 7급 공무원은 군청의 인감도장을 훔쳐 자신의 가족을 지급대상으로 한 지급명세서를 만드는 수법으로 138회에 걸쳐 모두 3억2000만 원을 빼돌렸다.

강원도청 기능 8급 공무원은 KT 춘천지사에서 받은 통신요금 청구서를 폐기한 뒤 가짜 통신요금 청구서를 이용해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1억9000여만 원을 횡령했다.

▽‘대통령보다 단체장이 더 무서워’=자치단체장은 특히 인사에선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감사원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5월 전북의 한 군수는 관내 보건소를 순시하던 중 “파리와 모기가 없는 군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한 여직원이 “파리와 모기가 없으면 사람도 살 수 없습니다”라고 하자 그 직원을 직위해제했다.

경기 파주시장은 6급 공무원 6명을 5급으로 승진 임용하는 과정에서 승진 후보자 명부에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 이름 옆에 표시를 해 인사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 인사위원회는 형식적인 승진 심의 의결을 해 시장이 찍은 후보를 승진시켰다.

서울 중랑구는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승진을 시켰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인구 50만 명 이하 구에서는 지방 2급 공무원(지방이사관)을 둘 수 없지만 당시 인구가 43만 명이었던 중랑구는 구청장의 결재를 받아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서울 강남구는 승진인사에서 법에도 없는 ‘인사격려제’를 만들어 승진인원의 30%를 구청장이 주는 격려점수 순위가 높은 사람에게 우선 배정했다. 한 지방행정 5급 공무원은 총평점과 다면평가 점수가 각각 최하위인데도 ‘총평점+격려점수’가 1위라는 이유로 승진했다.

▽무분별한 축제 개최 및 과시용 청사 건립=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분별하게 축제를 개최해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순신(李舜臣) 장군을 주제로 한 축제는 무려 5곳이나 되고 심청과 논개를 소재로 한 축제도 각각 2곳이다.

2004년 현재 1178개의 축제 가운데 76%인 890개가 민선 지방자치 이후에 신설됐고 2003년에 개최된 496개의 지방축제 가운데 226개 축제는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신설 개최됐다.

사업비 3억 원 이상 규모의 축제에 동원된 공무원은 2003∼2004년 2년간 모두 18만여 명이었다. 이들 공무원에게 들어간 비용만도 8억여 원이나 됐다.

대규모 청사를 과시용으로 건립한 사례도 적발됐다. 경기 용인시는 행정자치부의 투자심사 결과 면적보다 41.2% 더 크게, 부산 부산진구청은 행자부 기준보다 무려 172% 더 크게 청사를 건립했다. 단체장실은 행자부 기준보다 평균 1.9배로, 부단체장실은 2.2배로 크게 만들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서울-경기권 적발건수 최다▼

이번에 감사원이 적발한 787건 가운데 지역별로 서울이 111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가 101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광주는 8건으로 지적을 가장 적게 받았다.

자치단체별로는 서울시청이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강남구청, 경기도청, 경기 수원시청, 전남도청, 경남도청 등이 10건 이상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150개 자치단체는 현장감사를 한 반면 100개 자치단체는 서면감사를 했고 자치단체마다 감사 투입 인력도 달랐기 때문에 적발 건수에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경기 지역, 서울 중에서도 한나라당 단체장이 있는 강남구에 대한 적발 건수가 많은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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