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배고픈 ‘푸드마켓’

  • 입력 2006년 2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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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해누리 푸드마켓을 찾은 60대 노인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물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양천구 해누리 푸드마켓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해누리 푸드마켓을 찾은 60대 노인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물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양천구 해누리 푸드마켓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해누리 푸드마켓. 쌀, 라면, 고추장, 참치캔, 냉동고등어, 김이 드문드문 진열된 곳에 빈 배낭을 멘 ‘손님’이 가득했다.

한 달에 30만 원을 지원받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박모(65·여·양천구 신정동) 씨는 바구니에 부침가루와 조미료, 국수를 담았다. 우유를 찾다가 없자 국수 하나를 더 담은 박 씨는 “개수가 제한돼 있고 필요한 물품이 안보일 때가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2003년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생활필수품을 제공하려는 푸드마켓은 지금까지 7곳이 생겼다. 하지만 푸드마켓에 기탁하는 물품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도 배고픈 푸드마켓=서울시는 현재 광역 푸드마켓 1곳과 구민 대상 기초 푸드마켓 6곳을 운영 중이다. 광역 푸드마켓은 기초 푸드마켓이 없는 19개 자치구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이용할 수 있다. 시는 올해 강동구를 비롯해 10곳에 푸드마켓을 열고 내년까지 25개 자치구로 확대할 방침이다.

푸드마켓은 식품이나 물품을 기부 받아 어려운 이웃이 무료로 직접 골라가는 방식. 한 달에 한번씩 3∼5개 품목(1만 원 상당)을 가져갈 수 있다.

푸드마켓이 알려지면서 매년 기탁 실적이 늘어나고 있다. 광역 푸드마켓 기부액은 문을 연 2003년(2억9300만여 원)에 비해 지난해(9억9600만여 원)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공급되는 물품에 비해 수요자가 많아 매장이 텅 비기 일쑤다.

이 때문에 올해 1월 기초 푸드마켓 6곳의 이용자는 기초생활보장수급 가구 가운데 평균 29%에 그쳤다. 영등포구는 물품이 부족할 것을 우려해 회원을 500명으로 한정했다. ▽나눔의 손길 확대 필요=복지전문가들은 푸드마켓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기부만을 기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에서 기부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날 경우 기탁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연세대 강철희(姜哲熙·사회복지학) 교수는 “대기업이나 대형 음식점들은 문제가 생겨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선뜻 나서지 않는다”며 “기탁자에게 책임을 덜어주고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1자치구 1푸드마켓으로 확대되는 만큼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푸드마켓 기부 문의 02-713-3362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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