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소년 의대에 합격했다

  • 입력 2006년 1월 15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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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모의 홈스쿨링(재택교육)을 받은 15세 소년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2년 11개월 만에 의대에 합격했다.

주인공은 한양대 의예과 정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우수자 상위 30% 우선선발'로 합격한 손명배(15·부산 동래구 복천동·사진) 군.

손 군은 지난해 치른 수능에서 수리, 외국어, 과학탐구영역 3개 과목에서 총 4문제를 틀렸다.

손 군이 어린 나이에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영재성이나 노력 외에도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독특한 자녀교육법이 큰 몫을 했다.

손 군의 가족은 세살 때부터 앓았던 손 군의 소아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손 군이 일곱 살 되던 해인 1998년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마이크로네시아로 이민을 떠났다.

의사 부부였던 부모는 그곳에서 원주민을 치료하면서 일곱 살, 열한 살 남매를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

2001년 가족은 손 군의 누나 윤정(19) 씨의 대학입시 준비를 위해 귀국했고, 손 군은 부산 동일초등학교 5학년에 편입학해 2003년 2월 졸업했다.

손 군은 그 후 중학교에 입학하는 대신 집에서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손 군의 부모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의사 일도 접었다. 윤정 씨는 현재 D대 의예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손 군의 합격으로 가족 모두 의사인 '의사가족'이 탄생될 예정이다.

아버지 병남(47) 씨는 "강남 대치동 학부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을 교육시켰다"며 "책에 나와 있는 풀이방법, 모범답안만을 고집하지 않고 아이가 자신만의 방법을 살려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교육시켰다"고 말했다.

손 씨는 아들이 함수 문제를 풀 때도 교과서의 풀이와 다르게 컴퓨터 수학과 기호를 응용해 색다르게 푸는 방법을 장려하고 칭찬해줬다.

2004년도에 치른 수능에서 전국 최연소 응시자였던 손 군은 당시 부산대 법학과에 합격했지만 의대 진학을 위해 등록을 포기했다. 이후 9개월간 부산의 한 재수학원을 다니며 수능 준비를 해왔다.

어머니 임성희(46) 씨는 "학습 동기는 시소게임과 같아서 어느 한 쪽이 강해지거나 적극적으로 다가서면 한 쪽은 약해지거나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실력 좋은 '일류선생'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차라리 '삼류 선생'일지라도 부모가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손 군의 희망은 어릴 적부터 특기였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의학을 접목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다.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합격한 손 군은 "검정고시 출신자들을 위한 국가적인 배려가 절실하다"고 지정했다.

"부산 영재과학고에 가고 싶었지만 검정고시 출신자에겐 응시자격이 없었습니다. 또 각 대학의 의예과 수시모집에서 검정고시 출신자에게 지원조차 허락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한편 한양대는 14일 2006학년도 정시 '가'군 최종 합격자 3110명을 발표했다. 손 군 이외에 의예과에 김정원, 준국 남매가 나란히 합격해 눈길을 끌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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