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교수 반박 회견]“나도 속았다” 미즈메디에 화살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황 교수팀 연구원들은 황 교수 뒤에 앉거나 서서 기자회견을 지켜보다 울먹이기도 했다. 황 교수가 연구원들을 ‘방패막이’로 동원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박영대  기자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황 교수팀 연구원들은 황 교수 뒤에 앉거나 서서 기자회견을 지켜보다 울먹이기도 했다. 황 교수가 연구원들을 ‘방패막이’로 동원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박영대 기자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는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특히 원천기술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1. 기술 수준은 - “배반포 수립 세계 최고”… 조사위 “독보성 인정 안돼”

서울대 조사위가 황 교수팀의 기술 수준이 현재 독보적인 것이 아니라고 평가한 데 대해 황 교수는 “어느 나라 연구팀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조사위는 뉴캐슬대 연구팀이 인간 체세포핵치환 복제 배반포 형성에 성공했다는 점을 들어 “황 교수팀 연구의 독창성은 인정되나 기술 수준의 독보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핵이식 기술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박사의 원숭이 배아복제 연구를 박을순 연구원이 도와줄 정도로 서울대 연구팀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배반포 수립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뉴캐슬대 머독 교수도 우리에게 연구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은 모두 101개 배반포를 만들었다”면서 “뉴캐슬대는 36개 난자에서 단 한 개의 배반포만을 만들어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2. 미즈메디 역할은 - ‘바꿔치기’ 거듭 주장… 노성일씨 “黃교수 정직해야”

황 교수는 미즈메디병원 측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줄기세포주를 만들려면 난자의 공급, 배반포 수립기술, 배양기술 등이 필요한데 미즈메디병원 측이 배양 이후 부분을 책임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줄기세포의 배반포를 황 교수 측이 성공적으로 만들었지만 이를 배양하는 과정을 책임졌던 미즈메디병원 측이 ‘바꿔치기’ 또는 ‘데이터 조작’을 했다는 것.

황 교수는 “2004년 논문 작성에 참여한 미즈메디병원 박종혁 연구원이 당시 ‘1번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보고했다”면서 미즈메디병원 연구원들이 자신과 수의대 강성근(姜成根) 교수를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황 교수는 미즈메디병원 노성일(盧聖一) 이사장이 2005년 사이언스지 논문의 ‘교신저자(논문 감수책임을 진 저자)’를 요구했으며 2004년 말 줄기세포 연구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판교프로젝트’가 잘 진행 될 수 있도록 로비를 부탁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노 이사장은 “모든 진실은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판교프로젝트와 관련해 “내 계좌를 조사해보면 깨끗하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황 교수와 접촉했던 사람들이 모두 다치고 있는 상황인데 이젠 제발 황 교수가 정직하게 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 사용된 난자는 - “연습용 - 불량 빼면 185개”… 조사위 “적어도 273개”

황 교수는 이날 “2000여 개 난자 가운데 실제 사용된 것은 논문에 나온 수(185개)의 두세 배까지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조사위는 최종 보고서에서 “2005년 논문에 실제 사용된 난자 수는 실험노트에 따르면 적어도 273개”라고 밝혔다.

이날 황 교수팀의 김수 연구원은 실험에 사용된 난자 개수가 논문과 다른 이유에 대해 “논문에는 의미 있는 데이터만 넣는다”며 “2005년 논문 작성 시 185개 난자에서 만든 배반포 배아로 실험한 게 맞다”고 강조했다.

예비실험용으로 사용되거나 건강하지 않아 실험에 쓰이지 못한 난자는 논문에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 황 교수는 실제 삶은 계란처럼 딱딱해 핵을 빼낼 수 없는 난자도 있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실제 본실험에 사용된 난자 수만을 논문에 쓰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관행이지만 예비실험에 쓰인 난자 수까지 논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생명윤리학자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의 한 줄기세포 전문가는 “사람 난자에서 핵을 빼내는 일은 동물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복제 이전 단계에서 연습용 난자가 많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복제 단계에서도 배아가 잘 자랄 수 있는 배양조건 등을 표준화하기 위해 예비실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험에 사용할 수 없는 ‘불량한’ 난자도 있었을 것”이라며 “2004년에는 난자 242개로 배반포 30개(난자 8개당 1개)를 만든 데 비해 2005년에는 185개로 71개(2.6개 당 1개)를 만든 것은 성공률이 너무 높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