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감춘 60대 부부, 장애인 복지시설에 1억원 기탁

  • 입력 2005년 12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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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을 기리기 위해 60대 부부가 1억 원을 장애인 복지시설에 내놓았다.

22일 사회복지법인 승가원에 따르면 19일 오후 4시경 부산에 사는 60대 할머니가 전화로 경기 이천시에 건립 중인 장애인복지시설 ‘승가원 자비 복지타운’ 건립 후원금 계좌를 물어왔다. 담당 직원이 10분 뒤 무심코 인터넷 뱅킹으로 확인한 결과 1억 원이 입금돼 착오가 아닌지 재차 살폈다.

법인 사무국장인 묘전 스님은 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정확한 인적사항과 기부 사연 등을 물었으나 “올해 서른여덟이던 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 아이(박성혜) 이름으로 기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만 밝혔다는 것.

스님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 했으나 할머니가 “딸아이가 장애인을 위해 각별한 봉사활동을 해와 그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니 그 아이도 기부 소식을 들으면 너무 좋아할 것”이라며 울음을 터뜨려 더는 말을 듣지 못했다.

법인 측 확인 결과 이 할머니는 10여 년 전부터 매달 10만 원씩을 후원금으로 내 왔고 딸은 생전에 강원 원주시의 소쩍새마을을 방문해 장애인들을 돌보기도 했다고 한다.

승가원은 1995년 소쩍새마을을 인수한 뒤 이천시 설성면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현대식 건물을 짓고 있으며 내년 1월 말 입주할 예정이다.

딸의 뜻이 담긴 할머니의 기부금은 이 건물 공사비와 집기 구입 및 이전비용(34억 원)에 쓰일 예정.

이 시설에는 중증장애인 50명과 정신지체 장애인 150여 명 등 200여 명이 생활하게 된다.

이천=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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