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파동]4대 쟁점별로 본 줄기세포 진위 공방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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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황우석(黃禹錫)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둘러싼 진위 논란은 논문 공동저자들이 서로를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사태로 확산됐다.

황 교수는 올해 5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실제로 존재했다고 확언하지만 노성일(盧聖一)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모든 게 조작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황 교수는 자신의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에 의해 바꿔치기됐다며 검찰 수사까지 요청해 수사기관으로 공이 넘어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황우석 “줄기세포 분명히 만들었고 원천기술 보유”

노성일 “황우석 책임 전가하는 모습 보고 참담”

분명한 것은 두 사람 중 적어도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 바꿔치기됐나▼

황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가 수립된 첫 단계(1계대)에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로 뒤바뀐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의 성별과 바뀌어진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의 성별이 완전히 일치한다”며 “서울대와 미즈메디병원 실험실에 접근이 허용된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미즈메디병원에서 황 교수팀에 파견 나왔던 김선종 연구원(미국 피츠버그대 파견)을 겨냥한 말이다.

황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DNA가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와 똑같다’는 MBC PD수첩팀의 지적은 미즈메디병원의 ‘음모’ 탓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노 이사장의 말은 완전히 다르다. 황 교수가 자신의 책임을 미즈메디병원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노 이사장은 “황 교수는 복제된 배아줄기세포가 없는데도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로 둔갑됐다고 하고 김 연구원이 나쁜 행위를 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고 비난했다.

황 교수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아예 만들지 못했거나 몇 개만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김선종 연구원을 시켜) 미즈메디병원에 보관 중인 전혀 별개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논문을 완성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황 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미즈메디병원이 무슨 의도로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는지에 대한 근거가 나와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상태다.

▼2. 줄기세포냐 체세포냐▼

황 교수는 논문 작성 시점이었던 올해 1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6개가 오염돼 못 쓰게 됐다고 밝혔다. 6개 중 미즈메디병원에서도 보관 중이던 2개를 회수했으며 이후 줄기세포 6개와 3개를 다시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노 이사장은 새로 만든 줄기세포가 체세포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노 이사장은 우선 6개가 추가로 만들어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뿐 실물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2004년 논문에서는 난자 242개에서 줄기세포 1개를 추출했는데 올해 논문에서는 17개에서 1개를 만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결과를) 못 믿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으로부터) 황 교수팀의 권대기 연구원에게서 DNA 지문 분석용으로 받은 세포 가운데 4∼12번은 체세포뿐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DNA 지문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체세포와 줄기세포를 한 쌍씩 받아야 하는데 4∼12번 세포 9개는 체세포를 둘로 쪼갠 것이었다는 것.

노 이사장은 줄기세포 추출과 테라토마 검증 기간을 문제 삼았다.

줄기세포가 논문 발표용 사진을 찍을 정도로 되려면 추출 이후 2개월 정도 배양하고 테라토마 검증을 위해 추가로 3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황 교수팀이 3월 15일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의 일원인 이병천(李炳千) 교수는 “논문 제출 이후 5월 12일 게재 승인까지 (논문을) 계속 보완했다”고 말해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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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위적 실수? 조작 지시?▼

황 교수는 사이언스 논문을 자진 취소하겠다고 밝히면서 “테라토마 사진에서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테라토마 검증 사진 가운데 4번 줄기세포는 조작됐으며, 줄기세포 자체도 2개를 11개로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 연구원의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

그는 “(김선종 연구원에게 줄기세포) 사진을 많이 찍어서 그중에서 잘된 것을 배치할 수 있게 부탁한 건 사실인데 그것을 조작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김 연구원은) 나중의 통화에서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대해서도 노 이사장의 말은 정반대다. 그는 김 연구원과의 통화에서 “네가 자진해서 (사진을) 갖다 바쳤느냐 아니면 시킴을 당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시킴을 당했다고 말했다”며 “누가 시켰느냐고 물었더니 황 교수와 강성근(姜成根) 교수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노 이사장은 “황 교수가 김 연구원에게 서울대 교수직과 세계줄기세포허브 팀장 직을 제시하며 27일까지 귀국할 것을 종용했다”고 말해 황 교수가 조작 의혹을 덮기 위해 김 연구원을 회유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4. 냉동 줄기세포는 진짜?▼

황 교수는 줄기세포 11개 중 5개는 냉동해 놓았기 때문에 이를 해동해 진위를 검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일 뒤면 DNA 지문이 체세포와 일치하는지 확인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냉동된 줄기세포도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

황 교수는 최초의 줄기세포 6개가 훼손된 뒤 미즈메디병원에 보관 중이던 2, 3번 줄기세포를 가져왔고 다시 6개와 3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 이사장은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다가 훼손된 것인지,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줄기세포가 1개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연구원들은 줄기세포인지 알고 매일 물을 주고 배양을 한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깨알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바뀌었다면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황 교수가 맨 나중에 만들었다는 줄기세포 3개는 ‘데이터 조작’의 결과일 뿐 애초부터 없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6개(2, 3번 줄기세포 제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동결 줄기세포 5개가 원본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이들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에 있는 줄기세포와 똑같다면 서울대나 황 교수팀의 검증 자체가 무의미하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황교수 기자회견문 전문

▶노성일 이사장 기자회견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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