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음악 들으며 시름 잊으세요”

  • 입력 2005년 12월 7일 0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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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성성한 60∼70대 노인들이 브라스 밴드를 결성, 사회의 구석진 곳을 찾아다니며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전주지역 노인 20여 명으로 구성된 ‘에버그린 밴드’(단장 황병근)는 2003년 7월 정년퇴직을 한 뒤 여생을 좀 더 뜻있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다섯 사람이 뜻을 모아 시작됐다.

대부분 군시절 군악대나 음대 출신인 이들은 결성 첫 해부터 교도소와 소년원, 한센병 정착촌, 노인요양원 등 남들이 찾지 않는 그늘진 곳만을 다니며 연주회를 열었다.

소록도와 음성꽃동네 등 전국을 돌며 70여 차례의 공연을 하는 동안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어려운 클래식 대신 대중가요와 영화음악 등을 위주로 연주했다.

최근에는 인원이 25명으로 늘어 제법 브라스 밴드의 면모를 갖추고 50여 곡의 레파토리를 연주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다. 나이가 많다보니 플루트, 트럼펫, 호른 등 긴 호흡이 필요한 관악기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브라스 밴드의 특성상 20여 종의 악기 연주자가 있어야 하는데 분야별로 노인 전문가를 확보하기가 간단치 않다.

이들은 5일 오후 5시반 전주 리베라호텔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연주회에서도 ‘울고 넘는 박달재’, ‘말없이 보낸 여인’, ‘경복궁 타령’ 등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가요를 연주했다.

황병근(72) 단장은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람이 없겠다”며 “힘이 닿을 때까지 연주를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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