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림팀 도청테이프 274개 내용 파악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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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비밀도청 조직 미림팀이 만든 도청 테이프 274개의 내용을 모두 파악했으며, 이 테이프 안에는 정계 관계 언론계 재계의 최고위층 인사 150여 명의 대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전 미림팀장 공운영(孔運泳·구속) 씨의 진술과 도청 테이프 274개의 대화 내용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또 검찰은 도청 테이프 274개의 내용을 글로 옮긴 녹취록을 작성했다.

이 테이프에 담긴 도청 대상자는 15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여야 정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1995년 지방선거 승리로 정계 복귀에 성공한 김대중(金大中) 국민회의 총재와 충청권을 기반으로 자민련을 창당해 중부권 바람을 일으킨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 등이 집중 감시 대상이었다.

또 1997년 신한국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한 이회창(李會昌) 이인제(李仁濟) 대선 후보 등도 도청 대상이었다.

주요 일간지 사주 4, 5명과 방송국 사장 등 언론계 고위 인사 10여 명, 삼성 현대 LG 대우 등 재벌기업 총수 10여 명 등도 도청 테이프에 포함됐다.

정부 부처 장관 가운데 도청 테이프 274개에 포함된 인사는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업무를 총괄한 재정경제원(현 재정경제부) 장관과 정권의 주요 관심사항이었던 사정(司正) 업무를 총괄한 법무부 장관 등 일부가 도청 대상이었다.

공 씨는 검찰에서 “주요 인사를 도청 대상으로 한 번 지정하면 몇 년간 반복해 도청을 했기 때문에 도청 대상자 수가 도청 테이프 수(274개)보다 적게 나타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도청 대상이 된 주요 사안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와 기아차 부도 사태, 1995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구속을 불러온 문민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 1994년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 진출과 북한 핵 위기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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