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수능 부정 처벌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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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논술 주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 등을 소지했다가 시험성적이 무효가 되고 1년간 수능 응시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처한 수험생들이 있다. 해당 수험생과 학부모 단체는 과도한 처벌로 수험생의 평등권과 학습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능 부정을 예방하기 위해 법률의 규정에 의한 정당한 조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의 공공질서 유지의 차원에서 이번 조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박선영 전남 순천여고 2학년

①개인과 전체 사이에서 갈등하는 문제는 우리 주위에 산재해 있다. 자유와 평등의 원리도 어떤 면에서는 개인의 행복과 전체의 균형 사이에서의 저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수능 부정에 대한 조치는 전체를 생각한 질서 유지의 정당한 조치였다. ○2물론 수능에 인생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한국 고등학생에게는 매우 잔인한 처벌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수능에서는 고의성이 없었는데도 처벌당한 수험생들이 ③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억울하다고 해서 그 사정을 모두 헤아린다면 사회 일부 계층이 법을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처럼 이 법을 악용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개인의 기본권을 지키려다 사회의 다수에게 ④피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하기 쉽다.

개인의 기본권은 주관적 시각보다는 정해진 법에 의해 일정하게 ⑤지켜져야만이 모두에게 평등한 기본권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새로이 정해진 수능 부정에 관한 법이 처음부터 동정론에 휩싸여 흔들린다면 제대로 자리 잡을 수가 없다. 모든 법에는 그것이 정착되는 동안 희생양이 있기 마련이다. 과도기가 지나면서 그 법이 제대로 정착하면 이를 악용하는 일 없이 전체에게 효율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희생양을 줄이는 것이며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의 개인적 행동에 맡길 문제이다.

이번 수능과 관련하여서는 수험생 개개인의 조심스러운 행동이 수험생 자신들의 기본권과 전체의 질서를 지킬 수 있는 ⑥유일한 대책이다.

■ 첨삭지도

①수능시험 부정행위 처벌 기준의 원칙을 개인과 전체 사이의 갈등으로 인식해 표현한 것은 제시문과 논제에 대한 명확한 판단으로 매우 좋은 표현이다. 처음에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 글의 방향을 제시하면 주장이 명료해져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갈등하다’는 사전에 없는 표현인데 습관적으로 자주 사용한다. ‘갈등하는’ 대신에 ‘고민하는’ 또는 ‘갈등을 빚는’으로 고쳐 쓰자.

②‘달려 있다고’의 표현은 ‘달렸다고’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 ‘잔인한 처벌’ 같은 감정적 표현은 논술문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논술문은 객관적 근거를 타당한 이유로 제시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감정적 표현은 논리적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같은 뜻이라면 ‘가혹한’ 정도가 맞을 것 같다.

③논술문은 명료한 자기 견해를 밝히는 글이다.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구어체적 표현으로 자신의 견해의 명료성을 해치는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있을 것이다’로 고치자.

④‘피해’는 신체, 재물, 정신상의 손해를 입는 일이라는 뜻으로 ‘끼치다’ 또는 ‘주다’라는 서술어와 사용할 때 의미를 더욱 잘 전달할 수 있다. ‘피해를 주는’으로 고치자.

⑤‘만이’의 ‘만’은 보조사, ‘이’는 앞말이 주어임을 나타내는 조사이다. 문장에서는 ‘만이’가 붙은 말이 주어가 아니므로, 주격 조사 ‘이’를 덧붙여 쓰지 않고 ‘만’으로만 쓰면 된다.

⑥강조 효과를 위해 단정적 진술을 한 것은 좋지만 ‘유일한 대책’은 너무 단언적이다. 결론에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주장을 해야 할 것이다. ‘최선의 방책이다’ 정도로 고치자.

■ 총평

논술문은 체계적인 문단 구성으로 일관성과 논리성을 가지고 기술하면 매우 설득력 있는 글이 나온다. 박선영 학생의 글은 자신의 주장을 체계적인 논리적 구성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 설득력이 높은 편이다. 개인의 기본권 보장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평등 관계로 파악해야 한다는 시작 부분과 개인의 기본권 보장이 사회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좋은 의견 진술과 주장이다. 다만 글쓰기에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이 많다. 논술문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구어체적 표현이나 감정적 표현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하여 체계적으로 진술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관성이 부족한 대부분의 글은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생각을 정리하여 일관성을 갖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개요 짜기의 연습을 하도록 하자. 처음에는 습관이 들지 않아 어렵겠지만 지속적인 연습을 하게 되면 머릿속으로 개요를 짤 수 있을 만큼 발전할 수 있다.

이석록 대치메가스터디학원 원장

■ 생각 넓히기

①수능 응시자는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부정행위를 시도하고 있는데, 수능 감독기관은 전파탐지·전파방해 등의 첨단 기술을 이용한 시험감독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소지품 검사’ 수준의 원시적인 감독수단만을 사용하였다. 이는 시험제도가 기술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 현상으로 이해된다(사회문화, 일반사회).

②초고속으로 수능 하루 전날 공포되고, 계도기간 없이 바로 다음 날 수능시험부터 개정된 고등교육법이 시행됐다. 홍보 교육 등의 노력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이 법이 시행돼 ‘처벌만능주의’나 ‘법실증주의’에 가까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사회문화, 윤리).

③법규 위반 사실에 대해 고의나 과실에 따라 처벌 수준이 다르고, 선의 악의에 따라서도 처벌 수준이 다른 것이 일반적인 입법원칙이다. 이런 구분 없이 ‘부정행위 의사가 없는’ 실수로 ‘지시 위반’한 수험생을 일률적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고등교육법 제34조는 입법기술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법과사회, 정치).

④헌법 제37조에는 법률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제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기본권 제한 시에 법익형량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비례의 원칙을 적용해 최소한의 제한에 그쳐야 한다고 해석되고 있다(법과사회, 정치).

최 강 최강학원 원장

■ 고교생 다음(12월 13일) 주제

‘걸리버여행기’에는 거인의 찻잔 속에서 걸리버가 헤엄치는 장면이 있다. 거인국 사람들의 키는 걸리버보다 12배 크다. 이 거인은 정상인인 걸리버의 신체기관을 각각 12배 늘린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학적 측면에서 이런 거인이 실제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관련된 과학적 원리는 동아일보 11월29일자 27면에 게재된 서울대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예시문항 자연계열 3번 문항의 제시문 참조)

○ 고교생은 12월 9일까지, 초등학생은 12월 16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 글 보낼 곳: 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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