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신용평가 시대…국내는 이미지 홍보용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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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려대가 가장 높은 신용등급인 ‘AAA’를 받았다고 해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일류기업과 똑같은 등급을 받기도 했지만 기업이 아닌 대학이 신용평가를 받은 자체가 얘깃거리였다. 고려대를 평가했던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홍익대, 인하대 등 다른 사립대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12월에 대학을 돌며 신용평가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야흐로 대학도 신용평가를 받는 시대가 왔다.》

○ 대학, 왜 신용평가 받나

국내 대학이 신용평가를 받은 건 올해 5월 강남대에 이어 고려대가 2번째.

하지만 해외에선 흔한 일이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미국과 캐나다 300여 개 학교법인에 대해 신용등급을 매겨 발표한다. 일본에서도 몇 해 전부터 약 20개 학교법인의 신용등급이 발표되고 있다.

신용평가는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발행하려는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위해 이뤄진다. 돈을 빌려줘도 되는지, 이자는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외국 대학이 신용평가를 받는 건 대부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등록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조달한 자금으로 수익사업을 벌이는 대학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국내 대학의 사정은 좀 다르다.

고려대는 신용등급을 발표하면서 “당장 채권 발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 홍보를 위해 신용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 데이터 없어 평가 어려워

한신평 김형수(金亨洙) 책임연구원은 “국내 대학 평가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축적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을 평가할 때 동종 업계와의 비교가 가장 중요한데 대학 평가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여서 비교 수치가 사실상 없다. 더욱이 기업과 학교는 회계처리 방법이 다르고, 재무 분야에 대해 처음 평가를 받다 보니 일부 부서는 자료 제출을 꺼리기도 한다.

고려대는 한신평의 20단계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명성과 경쟁력을 감안할 때 신입생을 모집하기 쉽고, 기부금 비율이 다른 대학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다.

기업과 달리 정부 영향력이 큰 것이 오히려 신용평가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학이 예산을 마음대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대학 신용평가 확산된다

신용평가를 받는 대학이 국내에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저하로 대학들 사이에 신입생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미지 홍보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

다만 당분간은 결과에 자신 있는 일부 대학이 먼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신평 관계자는 “신용평가를 받는 대학이 늘면 늘수록 평가를 안 받는 것 자체가 신용도나 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며 “결국 대부분의 대학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신용평가::

신용평가기관이 국가나 기업이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조사해 등급을 매기는 것. 해당 국가나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 이자율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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