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원가 공개” 판결]주택-공장용지 가격 거품 사라질듯

입력 2005-11-04 03:05수정 2009-10-0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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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알 권리’ 존중과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의 토지 공급.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가 3일 한국토지공사의 토지개발 사업과 관련해 토지 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데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지개발 사업 이익은 국민에게=토공은 개인 등으로부터 산이나 논 밭 등을 사들여 여기에 도로를 내고 상하수도를 건설하는 등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용지’로 개발한다. 그리고 이를 대규모 공장 용지나 산업 용지를 필요로 하는 사업조합이나 법인 등에 되판다.

토공이 개발한 용지를 판 금액과 원래 토지 매입 비용 및 개발 비용 등의 차액이 토공의 이익이다. 토공에 땅을 판 땅 주인들이나 토공으로부터 용지를 사들인 법인 등은 토공이 얼마를 들여 땅을 사고 개발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비용은 토공이 정당한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한 영업 비밀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측을 대리한 정지석(鄭址錫) 변호사는 “토공이 토지 원가 조성 내용 등을 영업비밀이라고 공개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며 “원가가 공개되면 토지 공급 가격이 저렴해지는 사회적인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투자기관의 영업활동 투명해야=재판부는 토공과 같은 정부투자기관의 영업활동이 좀 더 투명해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9월 감사원 예비감사에서 드러난 토공의 2000억 원 분식회계 사건과도 맥이 닿는다.

토공은 지난해 48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뒤 ‘땅 장사’로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남겼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당기순이익을 2000억 원가량 줄이는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10월 초 밝혀졌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같은 폐해는 토공이 개발한 토지 조성 원가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토지공사 사업 위축” 우려도=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金善德) 소장은 “이번 조치로 토공이 분양하는 주택용지 분양가가 내려가겠지만 그동안 토공이 도맡아 온 개성공단, 국민임대주택단지, 산업단지 등과 같은 정책사업 추진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토공이 ‘땅장사를 한다’는 불신을 받을 정도로 주택용지를 비싸게 분양해서 얻은 이익으로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정책사업 재원으로 활용했는데 이런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영조건설 장영일(張榮日) 사장도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각종 사업을 수행하는 토공의 사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며 “토공은 이미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충분히 감시를 받고 있는데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지나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도 토지 조성 원가 등이 공개될 경우 토공이 겪게 될 곤란함을 언급했다.

토공이 얻는 이익이 공개될 경우 토공에 땅을 판 땅 주인들이 토지 매입 가격을 더 올려 달라는 민원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재판부는 “행정편의주의와 권한 남용 등으로 생기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도 토공은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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