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자발적으로 평가제 실시 서울 한강中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코멘트
“학생 평가 받으니 수업이 더욱 좋아졌어요.” 28일 서울 한강중에서 정미숙 연구부장이 학생들에게 동영상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학생 평가 받으니 수업이 더욱 좋아졌어요.” 28일 서울 한강중에서 정미숙 연구부장이 학생들에게 동영상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한강중 학생들은 요즘 학교 수업이 학원 강의보다 머리에 훨씬 쏙쏙 잘 들어온다고 말한다.

이 학교 교사들이 제자들로부터 수업 방법에 대해 평가를 받고 제자가 매긴 ‘성적표’에 따라 수업 방법을 개선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교원평가제를 두고 교육당국과 교원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한강중에서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평가제를 실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정미숙(鄭美淑) 연구부장 등 5명의 교사 모임인 ‘까치소리’가 주도했다. 올해 4월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한 교사들이 결성한 이 모임은 어떻게 하면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지에 대해 연구하다가 학생으로부터 평가를 받아보기로 했다.

한 교사는 “학생에게 평가받는 것이 교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어 우선 5명만 참여할 생각이었는데 전체 교사 32명 중 65.6%인 21명이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교사들은 9월 한 달간 제자들로부터 △쉽게 가르치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하나 △발표 기회를 골고루 주나 등 15개 항목에 걸쳐 평가를 받았다.

평가 결과는 교사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이 △진로와 수업의 연계 강화 △다양한 수업 보조자료 활용 △칭찬과 격려 △차별 없는 수업 등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자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자신들을 변화시켰다.

교사들이 변화하자 제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음악시간에 레슨 받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체육시간에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차별이 눈에 띄게 없어졌어요.”(1학년 임하은 양)

이 학교 교사 21명은 또 자신의 수업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자기 평가에 쓰고 있다.

정 부장은 “강의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비디오카메라에 찍힌 내 모습을 보니까 산만한 부분이 많았으며 수업에 꼭 필요한 과정도 빠뜨리곤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강의를 좀 더 철저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 밖에 △외부 전문가 초청 강연 △학부모-교사 공동 시험감독 △수업 아이디어 발표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업의 질을 높여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혁신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