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공작원 代父 김동석씨 6·25~5·16 회고록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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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 공작 활동에 관한 회고록을 펴낸 예비역 대령 김동석 씨. 연합뉴스
북파 공작 활동에 관한 회고록을 펴낸 예비역 대령 김동석 씨. 연합뉴스
《6·25전쟁부터 5·16군사정변 전까지 북파공작원의 사령탑을 맡았던 예비역 대령이 구체적인 북파 공작 활동을 담은 회고록을 발간했다. 북파공작원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김동석(金東石·82) 씨가 주인공. 그는 최근 발간한 ‘This man 김동석 이 사람!’이란 회고록에서 동해안을 무대로 11년간 활동했던 첩보부대 제36지구대의 활동을 공개했다. 이 책에는 특히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북한 인민군 사단장에 대한 귀순공작 비화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김 씨는 “‘This man’은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 과정에서 중요 첩보를 제공한 내 사진을 가리키며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했던 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북파공작원은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불문율이 있지만 수년 전 영화 ‘실미도’로 북파공작원의 실상이 공개된 만큼 그들에 대한 보상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회고록에서 “휴전 직후인 1954년 2월 8일 새벽 적진에 잠입한 K팀 공작대원들이 강원 통천 부근에서 인민군 사단장인 이영희를 귀순시켜 헬기 편으로 미군 측에 넘겼다”며 당시 대원으로 활동한 H, J, K 씨의 실명을 소개했다. 당시 귀순 공작은 반세기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을 뿐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은 없었다.

그는 또 6·25전쟁 중 김일성(金日成)을 생포하기 위해 미군 잠수함의 지원을 받으며 다른 대원들과 북한에 침투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생포 기회를 놓쳤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인민군 총좌를 비롯한 북한 고위 장성과 영관급 장교 6, 7명을 생포하거나 귀순하게 해 중요 정보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그는 말했다.

회고록에는 북파공작원들의 활동 지역과 침투 경로도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는 “제36지구대는 전시에는 북한군과 최접전 지역에 3개 팀이 은밀히 배치돼 월 2, 3차례 침투 공작을 했으며 휴전 후에는 강원의 모 해변으로 철수해 공작 임무를 계속 수행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박정희(朴正熙)와 정일권(丁一權)이 만주에서 일본군으로 근무하던 중 일본이 패망하자 귀국을 서두르다 1945년 10월 ‘친일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소련군에 체포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화물 기차 편으로 이송 도중 탈출에 성공한 뒤 당시 조선애국의용대 대장이었던 김 씨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올 수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조갑제(趙甲濟) 전 월간조선 사장은 2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소련군에 체포된 적이 없으며 박정희, 정일권 두 사람은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 군대에서 근무했지 일본군으로 근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26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중견 가수인 딸 진미령(본명 김미령) 씨, 김성은(金聖恩) 전 국방부 장관과 북파공작원 출신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 씨는 딸 미령 씨가 화교로 알려져 있는 데 대해 연합뉴스와의 전화에서 “중국 대사와 개인적 친분이 있어 한때 미령이를 중국인 학교에 보낸 적이 있다. 미령이가 대만에서 1년 유학한 적이 있는데 이런 일들이 와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함북 명천 출신으로 육사 8기인 김 씨는 제17연대 11중대장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뒤 1950년 9월 육군본부 정보참모부 소속 미군 연락장교로 발령받고 첩보 분야를 다루게 됐다.

그는 이후 육군첩보부대 1사단 지구대장을 거쳐 1952년부터 1961년 5·16군사정변 전까지 제36지구대 책임자를 거쳐 예편 후 강원 삼척 강릉시와 경기 수원시장, 대한유도회 부회장을 지냈다.

미 2사단은 2002년 김 씨의 공로를 인정해 부대 내 전쟁박물관에 ‘김동석기념실’을 설치하고 맥아더 장군, 리지웨이 장군, 백선엽(白善燁) 대장과 함께 ‘한국전쟁의 4대 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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