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중고생 무료과외 순창군 ‘옥천인재숙’ 논란

  • 입력 2005년 10월 14일 1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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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인재 양성 기관이냐, 공교육 파괴 현장이냐.”

전북 순창군이 자녀 교육 때문에 도시로 떠나는 주민을 붙잡고 지역 출신 인재를 키운다는 취지로 설립한 옥천인재숙이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고 전교조가 순창군수를 검찰에 고발하자 순창군이 반박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옥천인재숙은 도시로 떠나는 지역 주민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자녀교육이라는 점을 감안해 지역 중고생에게 무료로 과외 수업을 해주기 위해 설립됐다.

순창군은 2003년 6월부터 군내 중3∼고3 학생의 20%인 200명을 선발, 방과 후에 하루 4시간씩 도시 지역 학원 강사를 초빙해 국어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옥천인재숙에 들어가는 예산은 연간 10억 원.

이에 대해 6일 열린 전북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유기홍(열린우리당), 최순영(민주노동당)의원은 “옥천인재숙은 군민의 세금으로 소수의 학생을 모아 과외를 하는 변질된 공립학원으로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도 11일 옥천인재숙이 교육기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시설이라며 재단법인 순창군 옥천장학회와 이사장인 강인형 순창군수, 인재숙의 설립을 방치한 김현석 순창교육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강 군수와 옥천장학회가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은 관립 학원을 운영해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육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소수 학생에게 1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 나머지 80% 학생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이어 “인재숙이 새벽 2시까지 자율학습을 시키고 학교 교육과정보다 진도를 빨리 나가는 이른바 ‘선행학습’으로 학교 수업이 파행을 겪으면서 공교육이 인재숙에 끌려가고 있다”며 인재숙의 정상적인 운영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인형 군수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옥천인재숙은 2003년 5월 재단법인 옥천장학회가 교육감으로부터 공익법인 설립인가를 받아 관련 조례나 규정에 의해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교육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학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 군수는 “옥천인재숙 설립은 갈수록 심해지는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5차례나 군민을 상대로 공청회 등을 거쳐 결정했으며 지난해 주민수가 수십년 만에 약간이나마 늘어나고 타 지역 학교로 전학하는 학생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인재 육성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인재숙 운영을 원하는 주민이 많기 때문에 운영상 문제점을 보완해 계속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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