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장 ‘死則生’으로 가나…지휘권 수용 여부 유보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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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원하는 千법무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13일 활짝 웃으며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천 장관은 이날 검찰의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검찰은 내부적으로 들끓고 있다. 김동주  기자
등원하는 千법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13일 활짝 웃으며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천 장관은 이날 검찰의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검찰은 내부적으로 들끓고 있다. 김동주 기자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이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을 수용할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 총장이 13일 지휘권 발동 수용 여부와 자신의 거취표명을 모두 유보한 것도 ‘고심’ 끝에 나온 것이다.

▽심상치 않은 ‘유보’ 결정=김 총장은 13일 출근한 뒤 대검찰청 부장(검사장)들에게 “마음을 비웠다”며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상명(鄭相明) 대검차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가진 간부들은 법으로 명문화된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명백히 위법하지 않은 수사지휘에 반발해 사퇴하면 독선적이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김 총장이 천 장관의 지휘를 순순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자 간부들은 “그렇다면 폭넓은 의견을 듣고 결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출근하는 金총장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수용 여부로 관심의 초점이 된 김종빈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대검찰청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박영대 기자

검찰청마다 일선 검사들은 △수용 뒤 용퇴 △거부 뒤 용퇴 △수용 뒤 총장업무 계속 △거부 뒤 총장업무 계속 등 모든 방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수용 뒤 총장업무 계속’이란 ‘부드러운’ 대책에 찬성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검사급인 대검 과장 20여 명은 자체 회의에서 ‘거부 뒤 용퇴’ 의견을 김 총장에게 전달했다. 한 참석자는 “이번 일은 여권의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검사가 많아 천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평검사인 대검 연구관 21명은 △수용 뒤 용퇴(5명) △거부 뒤 용퇴(5명) △거부 뒤 입장 표명(11명)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거취 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김 총장에게 전달했다.

한 평검사는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쉽다. 수사지휘권 수용이란 선례를 남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와 대검의 일부 참모들은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강정구 교수를 직접 조사해 본 뒤 결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당수 검사들은 “꼼수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검찰이 일부러 수사지휘를 수용하지 않을 근거를 만들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오래 끌지는 않을 것”=대검 관계자는 “이르면 14일 김 총장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거취에 대한 결정도 곧 밝혀질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갖춘 뒤 지휘권 발동을 거부하고 퇴진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이 하루 정도는 시간을 갖고 의견을 모으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검찰 조직의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자신이 결단을 내릴 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각종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고려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의 지휘를 바로 수용하지 않고 ‘유보’한 것 자체가 ‘사실상의 거부’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많다. 김 총장은 13일 밤 역대 검찰총장 7명에게 전화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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