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법무, 건국후 첫 수사지휘권 발동 “강정구 불구속 수사”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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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은 1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동국대 강정구(姜禎求·사회학)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고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권의 이른바 ‘과거사 청산’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돼 검찰의 수사권 독립과 사회 전반의 이념 갈등 확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천 장관은 이날 “해방 직후 공산·사회주의를 채택해야 했다”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 의견을 반려하고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다.

이에 대해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은 “검사들의 의견을 듣고 13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날 밤 지휘권 발동을 수용할지, 아니면 거부하고 용퇴할지에 대해 대검찰청 간부들과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와 대검의 일부 간부들은 “합법적인 지휘권 발동이기 때문에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검찰총장이 결국 수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30분 검찰총장에게 전달된 ‘수사 지휘’라는 제목의 서면 지휘서에서 “헌법에서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해 최대한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헌법 정신을 이어받아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피의자와 피고인을 구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장관은 “이 같은 원칙은 공안 사건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하며 여론 등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천 장관은 또 “검찰은 인권 옹호 기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강 교수에 대해 구속 방침을 정했으며 이종백(李鍾伯) 지검장이 이 같은 방침을 천 장관에게 보고했다.

김 총장은 이날 낮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의 잣대”라며 “검찰이 정치권의 모양을 살필 것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번 사건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宋斗律) 씨 사건처럼 법이 아닌 감정 문제로 흐르는 측면이 있지만 검찰은 헌법 정신과 실정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올 8월 천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지휘가 내려와도 비합리적인 부분까지 승복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었다.

한편 한나라당은 “천 장관은 검찰 독립성 훼손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수사지휘권: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을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규정하고 검사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권을 부여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일선 검사를 지휘할 수 없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행사할 수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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