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아보니/데이비드 존슨]이공계 인재는 안키우나요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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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박사의 성과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놀라운 소식이었다. 그의 성공을 접하면서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잠재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황 박사의 쾌거가 세계에 보도될 당시 마침 나는 해외출장 중이었는데 출장지에서 만난 각국의 다른 임원들은 이 뉴스에 대해 나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국의 과학기술에 관한 여러 주제가 화제였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나라로 평가 받고 있다. 국민 인터넷 사용률과 보급률에서 선두를 달리는 한국 국민의 첨단 기술을 평가하는 시각은 어느 때보다도 긍정적이다.

한국 기업의 자세도 매우 적극적이다. 각국의 많은 고객을 상대해 온 나이지만 한국의 고객들을 만나 보면 세계 어느 기업에 비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한국은 외국인투자가들에겐 좋은 투자처로 손꼽히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기술 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산업자동화 전문회사로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 및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본사가 한국의 수준 높은 기술 인력들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및 동남아 시장으로 떠나고 있지만 정밀하고 복잡한 기술 장비를 생산해 내기 위해선 지식과 교육면에서 제대로 갖춰진 인력이 필요하고 이런 점에서 한국은 적합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 사람들의 성실함과 진지함, 높은 교육 수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국의 직원들은 자기 분야에서 능동적으로 일하고 계속적인 교육 기회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과는 달리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도 많은 고민을 끌어안고 있는 것 같다. 우선 극심한 취업난은 전반적인 현상이긴 해도 이공계 대학생의 취업난은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공계 학생들의 미래 사회에 대한 기여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채 재능 있는 젊은 인재들이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길을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느 때보다도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더 우수하고 훌륭한 과학자, 엔지니어가 많이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확실한 지름길로 보인다.

:약력:

1982년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제이비어대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은 후 로크웰오토메이션 본사의 부사장을 지내다 2003년 10월 한국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데이비드 존슨 로크웰삼성오토메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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