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 입력 2005년 8월 28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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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갖는 게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동아일보와 삼성은 지난해 '열린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기 공모에서 수상한 91명의 명단을 26일 발표했다.

이번 수기 공모에서 수상한 김대현(18·경기 한광고 3년) 군과 김선영(17·경기 송탄여고 2년) 양, 그리고 2기 장학금을 받게 된 한은지(17·안양 평촌고 2년) 양을 함께 만나 소감과 포부를 들어봤다.

담담하게 그간의 어려움과 수상 소감을 털어놓은 세 학생의 공통점은 '당찬 노력형'.

"미납액이 빼곡히 적혀 있는 등록금 고지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는 김 군은 3년 전 빚 때문에 어머니가 가출한 후 택시기사인 아버지와 고2 여동생과 살고 있다.

중위권으로 떨어졌던 성적은 장학금을 받은 지 1년 만에 전교 1등으로 올랐다.

김 군은 "장학금을 받을 때 쓴 학습계획서를 책상에 붙이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자고 다짐했다"며 "경영학과에 진학해 회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체장애 3급인 김 양은 수기에서 학교 급식비를 아끼려고 일주일간 점심 저녁을 계속 굶은 사연을 털어놔 심사위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어머니와 여동생도 지체장애자여서 아버지 혼자 버는 생활비로는 형편이 늘 어려웠기 때문.

김 양은 "친구들이 '급식을 나눠 먹자'고 했지만 미안해서 거절했다"며 "'같이 안 먹으면 절교하겠다'던 친구들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교 급식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배식 당번을 자원해 1년 넘게 일하고 있다.

김 양은 불편한 몸으로 무거운 식기를 다루는 게 힘들긴 하지만 "옆에서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즐겁다"며 웃었다.

2기 장학금을 받게 된 한 양은 4월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신 뒤 어머니 혼자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동생 2명 등 다섯 식구를 부양하고 있다.

한 양은 "하루아침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너무 막막했다"며 "하지만 큰 딸인 내가 잘돼야 우리 가족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 성적은 전교 15등. 한 양은 "학비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잤는데 장학금으로 엄마의 짐을 덜어드려 기쁘다"며 웃었다.

세 학생은 모두 "이제 더 이상 방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학금을 통해 세상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수기 공모 수상 학생에게는 디지털카메라가 상품으로 지급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kysc.or.kr 또는 www.samsunglove.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한국청소년진흥센터 02-734-0927~8

노시용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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