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재향 군인회는 어떤 단체인가

  • 입력 2005년 6월 30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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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화 재향군인회'(평군)가 출범을 공식 발표하면서 보수세력의 보루인 재향군인회에서 마저 이념적 분열 조짐이 나타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전 분야에 걸쳐 진보인사와 단체들이 주류로 급부상했지만 군 관련 조직만큼은 사각지대였다. 어느 사회에서든 군이란 태생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데다 6·25전쟁 이후 반세기넘게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군의 보수성은 더욱 두텁고 높았기 때문.

이로 인해 군의 정통성과 정책에 대한 진보적 비판은 극히 소수의 목소리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본격화된 대북화해정책과 참여정부의 개혁노선은 군의 보수적 정체성을 뒤흔드는 계기가 됐다. 특히 참여정부가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을 삭제하고 민족적 자존심을 강조하며 전통적 한미관계의 재정립에 나서자 군 관련 진보인사들도 주류 진입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평군은 기존의 군 조직과 대한민국 재향군인회(향군)가 냉전시대의 친미 극우적 성향에 매몰돼있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무조건 성조기를 흔들며 '맹방'을 외치는 반민족적 극우 행태를 벗어나 민족 자존심부터 챙기겠다는 주장인 것.

임시 상임대표인 표명렬(表明列·66·예비역 준장) 씨는 "군대가 민족의 염원인 통일보다 대북 적개심을 키워왔고 이는 정권안보를 노린 과거 군부독재 세력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군대는 왜곡된 대적관을 접고 남북 제대군인간 화해증진과 군비축소 등을 통해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민족군대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군은 이를 위해 내달 광복절 이전 결성식을 갖고 인터넷을 통해 예비역뿐만 아니라 군 개혁에 관심있는 시민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세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군인과 예비역들은 대부분 냉소적인 반응이다. 특히 육사 출신으로 육군정훈감 시절 반공교육에 앞장섰던 표씨의 '일탈'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냉엄한 안보현실을 무시한 평군의 주장에 동조하는 예비역은 없으며'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향군은 평군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경계하는 시선이 역력하다. 군 과거사 및 친일잔재 청산, 군대문화 개혁 등 평군의 주장들이 참여정부의 개혁코드와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

때문에 일각에선 평군이 개혁 진보성향의 정치세력이나 시민단체와 연계돼 정치세력화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표씨는 "터무니없으며 정치권과 관련이 없는 젊은이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강력 부인했다.

표 씨는 육사 18기로 전두환 군사정권 말기에 육군본부 정훈감을 지낸 예비역 준장. 표 씨는 전역 후 6공화국 때 여당인 민정당과 민자당에 입당해 고향인 전남 완도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공천 탈락 등으로 실패했다.

2~3년전부터는 이라크 파병반대, 주적론 교육 중단, 국군의 날 변경 등을 요구하며 군 정책과 정통성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표 씨는 2003년 12월 예비역 정훈장교 모임에서 제명됐고 현재 군사평론가와 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평군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에 있는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실내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했다. 현재 회원수는 수백명 규모로 알려져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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