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지도자 역량 부족탓 경제성장 잠재력살리지 못해”

  • 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소액주주운동과 재벌개혁운동을 주도해 온 장하성(張夏成·경영학·사진) 고려대 교수는 2일 “정치지도자의 경제운용 역량이 부족하고 미래성장에 대한 전략 및 실천력이 없어 한국경제 성장이 부진하다”고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이날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에서 열린 ‘기업 지배구조와 경쟁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는 경쟁력이 있는 제조업 구조와 서비스 분야의 무궁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정치지도자가 이런 긍정적 요인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보수냐 진보냐, 성장이냐 분배냐를 둘러싼 무의미한 논쟁은 이제 중단하고 무엇이 우리나라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전략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실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공사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장 교수는 “기득권 우파와 배타적 좌파가 합작해 사이비 민족주의를 부채질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는 만성적인 성장부진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심화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한국은 관치경제와 재벌체제에 익숙해진 기득권 우파세력과 세계 흐름에 둔감한 배타적 좌파가 연대해 세계경제의 환경 변화에 역류하는 경제운용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정보기술(IT) 등 선도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처럼 골고루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물론 아시아와 남미 어디에도 없다”면서 “이런 훌륭한 기반을 잘 활용해 지식경제시대의 제조업 성장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사회는 계층적 양극화로 미래지향적인 국민합의 도출에 실패함으로써 산술적 평등화가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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