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한 들꽃… 넉넉한 인심… 꿈꾸던 내 故鄕 여기 있었네

  • 입력 2005년 5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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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산골마을’인 전남 곡성군 죽곡면 하늘나리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들판에서 나물을 캐고 있다. 사진 제공 전남 곡성군
‘무공해 산골마을’인 전남 곡성군 죽곡면 하늘나리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들판에서 나물을 캐고 있다. 사진 제공 전남 곡성군
봄에 진달래와 자운영이 지천에 널려 있고 가을엔 울긋불긋 단풍에 묻히는 마을. 비 갠 뒤 발 아래 놓인 구름을 볼 수 있고 해질녘 노을이 아름다운 ‘하늘 아래 첫 동네’.

전남 곡성군 죽곡면 상한마을은 해발 750m의 봉두산 중턱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이 최근 사단법인 한국문화관광연구소가 선정한 숙박체험 관광분야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전국 30여 개 농촌 테마마을을 다녀간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점 만점에 4.67점을 받은 것.

상한마을은 백합의 일종으로 여름에 피는 하늘나리가 많아 관광객들에게는 ‘하늘나리마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섬진강변 국도 17호선에서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4km를 들어가야 하는 두메산골이다. 주민은 22가구에 50여 명. 절반이 70대 노인들이다. 다랑논에서 벼농사를 짓고 집집마다 벌을 키우면서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마을은 주말만 되면 도시에서 온 어른들과 아이들로 북적인다.

오염되지 않고 깨끗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체험거리, 그리고 넉넉한 인심이 ‘농촌 명소’로 만든 것.

이 마을이 농촌진흥청의 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된 것은 2년 전. 주민들은 지원받은 1억 원으로 재래식 화장실을 고치고 샤워장을 새로 만들었다. 민박집으로 개조하면서도 편리한 기름보일러를 놓기보다는 온돌방을 고집했다. 관광객들이 직접 군불을 때면서 ‘무공해 농촌’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밀랍(蜜蠟·꿀벌이 집을 짓는 데 밑자리로 삼는 물질)으로 양초 만들기. 관광객들은 첫날 저녁 마을회관에 모여 밀랍을 녹인 뒤 대나무 통에 부어 여러 가지 색깔의 양초를 만든다. 다음 날 오전에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떡을 만들어 나눠먹는다.

지난달 이 마을을 찾은 김미영(金美英·45·여·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천연 재료로 양초를 만들고 들에서 캔 쑥으로 떡을 만들어 먹고 집에도 한 아름 가져왔다”면서 “서울로 올라갈 때 민박집 할머니가 된장을 싸주는 등 인심도 후해 친정집에 온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하늘나리마을 주변에는 사시사철 체험거리가 널려 있다. 봄에는 산에 올라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여름에는 계곡에서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가을엔 감나무, 밤나무에 올라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고 겨울엔 짚으로 새끼 꼬기 등을 할 수 있다.

강병조(姜秉朝·53) 이장은 “들꽃 하나, 매미 한 마리에 관광객들이 탄성을 지르는 것을 보고 이런 것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체험 명소가 된 뒤부터 꿀, 곶감 등의 우편주문이 늘어 올해는 꼭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61-362-8501

곡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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