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그곳에 가면/송현동 한복거리

  • 입력 2005년 5월 3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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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인미(42·인천 계양구 효성동) 씨는 2일 올해 칠순을 맞는 시어머니와 함께 인천 동구 송현동 ‘한복거리’를 찾았다.

칠순 잔치는 10월에 열기로 했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미리 고운 한복을 선물해드리기 위해서다.

이 거리에는 오랫동안 전통 맞춤 한복을 만들어 팔아 온 가게가 70여 곳이나 몰려 있어 다양한 한복을 구입하기에 그만이다.

김 씨는 “시어머니가 남편을 낳아 키우던 60년대부터 이 곳에서 한복을 맞춰 입은 단골”이라며 “가격도 시중보다 저렴하고 바느질 솜씨도 좋아 결혼 등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 거리에 한복가게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이 계속되던 1951년부터.

남쪽으로 피난을 내려온 실향민 중 바느질 솜씨가 좋은 아낙네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옷가지를 만들어 내다 파는 좌판을 벌인 데서 비롯됐다. 지금도 나이가 많은 한복집 주인 상당수는 실향민이다.

한복의 맵시는 촘촘한 바느질에 달려 있다는 것은 상식. 이 곳 한복가게 주인들은 대부분 20년 이상 한복을 만들어 온 베테랑이어서 최고의 바느질 솜씨를 자랑한다.

수준급 한복이지만 가격은 시중에 비해 20∼30% 싸다.

물빨래가 가능한 화학섬유로 맞출 경우 15만∼17만 원을 받는다.

명주로 맞추면 보통 30만 원을 받는데 손으로 직접 수를 놓은 한복은 5만 원을 더 줘야 하고, 컴퓨터로 수를 놓으면 반대로 5만 원 정도 싸다. 맞춘 뒤 보통 2, 3일이면 찾을 수 있다.

1960년 어머니(80)가 세운 용신상회를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는 이교자(55·여) 씨는 “인천이 고향인 40대 이상 주부들은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한번쯤 이곳을 다녀간 기억이 있을 것”이라며 “상인들 모두 최고의 전통 한복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복거리에는 이불과 커튼, 침대시트 등을 파는 혼수가게도 섞여 있어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는 물론 이사 등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주부들도 많이 찾는다.

또 이 거리에서 20m 정도 떨어진 화도진길에는 각종 접시 냄비 수저 잔 그릇 등을 도매가격으로 파는 ‘그릇상가’가 조성돼 있다. 현재 20여 곳이 영업 중이며 서울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와 비교해도 가격에 별 차이가 없어 알뜰 실속파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쇼핑이 끝난후 맛있는 간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도 더할 수 없는 즐거움. 동구가 1997년 특색음식거리로 지정한 순대골목이 특히 유명하다.

문을 연지 30년이 훨씬 넘은 ‘할머니 해주순대’ 등 순대집 20여 곳이 몰려 있으며 순대 한 접시에 4000원을 받는데 두 사람이 먹어도 넉넉할 정도로 많이 준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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