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낙산사 불탄 날 골프

  • 입력 2005년 4월 8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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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과 고성군 등에 대형 산불로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5일 오후 이해찬(李海瓚·사진) 국무총리가 경기 포천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다 급거 귀경한 사실이 확인됐다.

8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이 총리는 5일 오전 11시 10분경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임업시험장에서 열린 식목일 행사에 참여했다.

이어 점심을 먹고 인근 I골프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총리는 국무조정실과 총리비서실 간부 등 7명과 함께 두 팀으로 나눠 오후 1시 50분경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9홀까지 경기를 마친 오후 3시 45분경 양양에서 불길이 다시 번지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은 이 총리는 소방방재청 등에 상황을 확인한 뒤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는 것.

이 총리는 서울로 올라오면서 긴급대책회의 소집을 지시했고 오후 6시 45분경부터 회의를 주재했다고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이 총리가 골프를 하기 시작한 오후 2시는 오전에 진화됐던 양양의 산불이 다시 번지기 시작해 인근 17개 지역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시간이었다. 오후 2시 32분에는 양양군수가 재난경보를 발령했다.

또 이 총리가 산불 재발 보고를 받은 시간에는 낙산사로 막 불길이 옮겨 붙고 있는 순간이었다.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할 시간에는 이미 해가 떨어져 사실상 헬기 등을 이용한 진화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 산불 피해 주민들은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했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당일 오전 산림청장이 산불의 완전 진화를 발표한 데다 오래전부터 국무조정실 및 총리비서실 간부들과 운동을 하기로 약속한 터라 예정대로 골프를 했지만 재발 보고를 받고 곧바로 회의를 소집하는 등 직무를 다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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