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는 토요일 ‘학원 가는 날’ 안 돼야

  • 입력 2005년 3월 25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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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나라 교육사(史)에 기록될 날이다. 월 1회 주5일 수업제 도입에 따라 전국의 초중고교생이 학교에 가지 않는 첫 토요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이 ‘사(私)교육의 날’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래서야 되겠는가. 이 제도는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잠시나마 교실과 교과서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정말로 원하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최소한의 배려다. 이런 날에 아이들을 과외와 학원으로 내모는 것은 잔인하다.

우선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과외나 학원에 보내려는 과욕을 버렸으면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고삐를 풀어주는 것이 오히려 다른 날의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다. 또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개성과 창의성을 더 요구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아이들이 ‘미래의 경쟁력’을 준비하는 기회로 이날을 활용하도록 권장하면 좋을 것이다. 학원들도 ‘틈새시장’이 생겼다며 새로운 과정을 만들어 학부모와 학생들을 유혹하는 일은 자제했으면 한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토요일인데도 등교를 해야 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그런 학생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소외감을 느낄까봐 걱정이 많다. 학교는 ‘노는 토요일’이라고 해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기 바란다.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공원, 문화스포츠센터 등도 새로운 학습코스나 견학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미래의 문화인’을 기르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지역별로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학부모 문화기관 등이 ‘토요 휴업일 선용을 위한 협의회’를 만들어 활성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 기구를 통해 의미 있고 참신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장 교육에 적용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이 제도가 훨씬 빨리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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