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슬그머니 인상… 고액학원 단속 느슨해진 틈타

  • 입력 2005년 3월 25일 18시 06분


지난해 11월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청의 고액 학원 집중 단속으로 수강료를 내렸던 서울 강남 등의 영어유치원과 초중고교생 대상 학원들이 슬금슬금 수강료를 올려 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A영어유치원은 지난해 월 85만 원이던 수업료를 69만 원으로 내렸지만 식비 명목으로 6개월에 42만 원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C외국어학원은 이달부터 중고교생 수강료를 20만 원에서 5만 원 더 올렸다. 인근 H학원, W수학학원, S학원 등도 수만 원씩 올렸다. 중3 아들을 C학원에 보내는 이모(42·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는 “지난해 단속 때는 정부 지침대로 15만 원까지 내리면 적자여서 20만 원으로 내리는 대신 1년 동안 수강료를 올리지 않겠다더니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민경(41·여) 씨는 “중1 아들이 다니는 국어전문학원의 ‘내신+독서’반은 월 15만 원이었다”며 “그런데 이달 신설된 ‘내신+논술’반은 3만 원을 더 받았다”고 말했다.

학원 교재의 수를 늘리고 교재비를 올리거나 인터넷으로 숙제를 내주면서 4만∼5만 원을 더 받는 학원도 많다.

수강료를 올리면서 한 달 수강료를 분할하는 편법을 쓰는 곳도 있다.

고1 딸을 둔 윤모(45·여) 씨는 “M학원에서 수강료 36만 원을 결제하면서 신용카드로 18만 원씩 두 번 결제했다”고 말했다.

학원끼리 연합해 수강료의 절반은 A학원에서, 나머지는 B학원에서 내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 이모(42) 씨는 “학원에서 월 25만 원을 받으면서 아이들에게는 ‘누가 물어보면 15만 원이라고 말하라’고 가르쳤다”며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급당 정원을 늘린 학원도 많다. J학원은 30만 원이던 수강료를 월 20만 원으로 내린 대신 2개 반을 합쳐 정원을 15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

고영미(31·서초구 서초동) 씨는 “영어유치원이 수강료를 내린 대신 한 반 정원을 12명에서 14명으로 늘려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유미(31·서초구 서초동) 씨는 “교육부가 정원, 수강시간, 수강 분야 등에 대한 검토 없이 단속만 해 혼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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