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는 민변? ‘生辯’!

  • 입력 2005년 2월 17일 15시 51분


코멘트
1월18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34기 수료식. 이 가운데 320명이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주간동아 자료사진
1월18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34기 수료식. 이 가운데 320명이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주간동아 자료사진
생변(生辯)을 아십니까.

요즘 변호사 업계에서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헌변(헌법 수호를 위한 변호사 모임), 시변(시민들과 함께하는 변호사 모임)에 이어 제4의 단체로 생변(생계를 걱정하는 변호사들의 모임)을 결성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넋두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기불황등으로 사무실 운영비조차 못 버는 변호사가 크게 늘었기 때문. 이처럼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변호사는 전체의 30%를 넘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경기 부천시의 한 변호사 사무실은 소송비용을 세일해 ‘가사 사건 99만 원, 소액 사건 55만 원’는 간판을 내걸어 동료 변호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개업 변호사의 40~50%가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자 957명 가운데 판·검사 임용자는 191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80%(766명)는 변호사로 나왔으나, 이 가운데 320명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수임료가 떨어진 데다 변호사의 증가로 수임 건수도 크게 줄어 쉽게 개업을 결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일부는 기업체의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최근 모 증권회사에서 사법연수원생을 대상으로 ‘대리급 변호사를 채용한다’는 광고를 낼 정도로 변호사의 가치는 하락했다.

이런 때에 주간동아 2월22일자에 ‘폭풍전야 대한민국 법조계’ 시리즈로 ‘생변을 아십니까’라는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끈다. 이 기사는 변호사 업계의 요즘 실태를 소개하고 변호사들의 입을 빌려 미래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다음은 주간동아 기사의 요약.

최근 사법연수원 내부 커뮤니티에서는 모 증권사에 대한 집단 공격이 벌어졌다. ‘겁 없는 OO증권’이라는 ‘비분강개’형 글부터 ‘변호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자조까지, 수십 개의 글이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이 회사의 채용공고.

2005년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34기 변호사들을 상대로 공고를 내면서 ‘첫 직급은 대리’라고 밝힌 것이 화근이었다. 취업할 경우 ‘웬만하면 부장급, 최소 과장급’이 ‘정의’라고 믿어온 연수생들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조건이었던 것.

해당 증권가 채용 공고에서 직급 부분을 삭제하면서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해프닝은 최근 변호사 업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칼바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일반 기업체의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는 한 변호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경기 불황과 변호사 업계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초동 법원 옆에서 30평대 사무실을 유지하려면 한 달에 최소 600~700만원이 드는데, 요즘 같은 상황에서 자신 있게 개업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리급 채용’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기업이 등장할 만큼 변호사들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현직 변호사는 “최근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변호사 모임은 민변이나 헌변이 아니라 ‘생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 변화가 너무 갑자기 몰아닥치니 적응이 어렵다는 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우해 일부 변호사들은 적극적으로 전문화에 나서고 있다.

김정술 변호사는 “1999년 개업 뒤 지금까지 주말을 포함해 단 한번도 쉰 날이 없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또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견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물에 빠질 사람은 얕은 물에 밀어 넣어도 빠지지만,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무리 깊은 물에 밀어 넣어도 살아남는다”는 말이 유행이라고도 했다. 변호사 업계가 아무리 어려워져도 철저히 준비하는 사람은 끝내 살아남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최근 일반 회사에 취업한 연수원 34기 출신 한 변호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조인은 명예, 권력, 돈을 모두 가진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변호사에게는 무엇 하나 저절로 주어지질 않는다. 사법시험 당시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요즘의 법조계”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생존을 위한 변호사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송화선 주간동아기자 spring@donga.com

▶생계 걱정 변호사 모임 ‘生辯’을 아십니까-주간동아 기사 보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