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택 내사’ 정치권 파장]체육회장 선거앞둔 이때 왜?

  • 입력 2005년 2월 16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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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택 회장
이연택 회장
23일 실시될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력후보인 이연택(李衍澤) 현 회장에 대해 검찰이 개인비리 혐의로 내사에 착수함으로써 정치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여권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김정길(金正吉) 태권도협회장의 당선을 내심 바라고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갖가지 억측과 의혹이 나돌고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검찰 수사는 우선 민감한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이 회장 측은 2002년 대한체육회장 보궐선거 때도 이 문제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논란이 됐는데도 검찰이 이제야 수사에 나선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회장의 한 측근은 “2월 9일 출마선언을 했고 이틀 뒤인 11일 밤 검찰에서 소환 통보가 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 내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계기에 대해서도 이 회장 측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권 일각이 체육회장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그런 터에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움직임을 내보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 회장은 펄쩍 뛰었다. 그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로 내가 더 곤혹스럽다. 검찰이 우리 말을 듣는 조직이냐”며 “자연스럽게 가도 내가 당선될 수 있는데 검찰 수사로 오히려 역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곤혹스러운 여권=‘노심(盧心) 논란’과 관련해 김 회장 측의 한 인사는 “대통령의 마음이야 인지상정 아니겠느냐”며 오랫동안 정치적 동지였던 김 회장 측에 쏠려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이 얼마 전 대통령을 만나 이 회장의 출마를 보고했고, 대통령도 승낙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측은 ‘노심’ 논란이 일고 있는 사실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15일 이 회장을 소환했는데 우리는 14일 밤에야 소환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과 모두 인연이 있는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측근들에게 “내 손을 떠났다”면서도 검찰의 이 회장 내사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판세 분석 및 선출 절차=16일 이 회장과 김광림(金光林) 21세기 생명 및 환경선교본부 총재가 후보자 등록을 마쳤고 김 회장과 박상하(朴相何) 대한정구협회장도 등록 마감일인 18일을 앞두고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싸움은 이 회장과 김 회장의 2파전 양상이다.

판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백중지세. 투표에 참가할 대의원의 성향이 당락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로 꼽힌다. 49개 가맹경기단체의 대표로 구성되는 대의원은 우선 정치인 출신 회장만 7명이다. 열린우리당 소속은 김정길 회장(상임고문)을 비롯해 김한길(핸드볼), 이종걸(李鍾杰·농구) 의원과 김덕배(金德培·아이스하키) 국회의장 비서실장, 한나라당은 임인배(林仁培·사이클) 의원, 민주당은 김상현(金相賢·산악) 전 의원, 무소속으로는 정몽준(鄭夢準·축구) 의원이 있다. 기업인 출신 회장은 삼성 소속이 6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현대 소속의 4명.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을 겸하는 임기 4년의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재적 대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대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선출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가 결선 투표를 한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검찰 “李회장, 분당 땅 헐값 매입 의혹”▼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고건호·高建鎬)는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이 건설시행사로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토지를 시가보다 수억 원 싼 값에 매입한 의혹에 대해 내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0년 8월 대장동 일대에서 택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던 건설시행사 K사로부터 택지 383평을 1억8800만 원에 고향 친구 A 씨와 함께 매입했다. 당시 매입자 명의는 이 회장의 셋째 아들과 A 씨의 공동 명의였다.

신도시가 들어설 판교 인근에 위치한 이 땅은 K사가 대장동 일대 4만5000여 평을 사들여 개발을 추진하던 전원주택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시가가 14억 원에 이른다.

검찰은 토지매매계약서에는 거래가격이 실제 거래가격보다 3배 정도 비싼 5억3000만 원으로 적혀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가 성남시 고위 관계자의 친인척인 점에 비춰 건설시행사가 땅을 시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대가로 이 회장에게 건설 인허가와 관련한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사의 땅에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다가 이 회장이 택지를 매입한 지 20여 일 만에 건축허가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으로 땅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공시지가가 평당 43만 원이던 것을 50여만 원에 샀기 때문에 정상 가격대로 산 것으로 당시의 직무(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와 관련이 없고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3일의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본인을 음해해 중도에 사퇴케 하려는 의도로,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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