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불교계 ‘지율스님 단식’ 후유증

  • 입력 2005년 2월 1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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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의 단식 사태가 불교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부메랑이 될 조짐이어서 불교계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를 주장하며 ‘100일 단식’을 벌인 지율 스님은 물론 조계종 전체를 비판하는 누리꾼(네티즌)이 늘고 있다. 지율 스님이 단식을 푼 3일 이후 불교 조계종 총무원(www.buddhism.or.kr), 정토회(www.jungto.org), 그리고 지율 스님이 소속돼 있는 천성산 내원사(www.naewon.or.kr)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모두 700여 건의 글이 올랐고 이 중 70∼80%가 지율 스님과 불교계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다음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안티 지율’을 표방하는 사이트가 4일 이후 8개가 만들어져 모두 2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으며, ‘정부와 승려 지율과의 합의안 전면 무효화’를 위한 누리꾼 서명도 벌어져 11일 현재 18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비판은 환경영향 평가 및 조사로 인한 공사 지연에 따라 발생하는 ‘2조 원의 혈세 낭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ID ‘안지울’은 정토회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부질없는 아집과 무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혈세가 낭비되고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불교계의 환경 파괴를 지적하는 내용도 많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으로 알려진 이삼규 씨는 “불교계의 환경 파괴에 대한 부분도 지적되었으면 한다”며 “천성산 내원사의 10개 암자 중 9개 암자에 나 있는 2차로 폭의 도로가 천성산 습지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은 또 ‘진정 자연보호를 원한다면 스님들도 자가용을 타면서 오염물질을 등산객 얼굴에 내뿜지 말고 걸어 다녀야 할 것’(ID ‘숲사람’)이라거나 ‘산에 절을 지으면서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해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나요’(ID ‘안티종교계’)라며 불교계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여연 스님은 “사찰의 환경 파괴 문제는 어느 한 부분만 갖고 흑백논리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적 관습과 전통이라는 총체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면서 “그러나 각 사찰이나 스님들도 주변 환경을 보호하고 훼손을 방지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스님은 “이럴 때일수록 불교계가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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