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 앓는 두 늦둥이 입양 현교진씨-정복임씨 부부

  • 입력 2005년 2월 9일 15시 35분


코멘트
“가슴으로 낳은 소중한 두 아이, 아픔 함께 나누고 사랑으로 키워요.”

인천에 사는 현교진(48)-정복임(46)부부는 군복무중인 동호(24), 준호(22) 외에 ‘아주 특별한 늦둥이’ 수연(8), 지호(4)를 두고 있다.

마흔 넘은 부부가 본 늦둥이면 그냥 늦둥이지, 어째서 아주 특별한 늦둥인고 하니, 직접 낳은 게 아닌 ‘공개 입양’을 통해 데려온 아이들이기 때문.

게다가 두 아이 중 셋째 수연이는 ‘심방중격결손’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중병을, 넷째 지호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이들을 입양한 것은 누구라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 이들 부부가 두 아이를 키워온 남다른 사랑 얘기를 ‘주간동아’에 털어놓았다.

1999년 부부는 국내최초로 수연이를 ‘공개 입양’했다.

처음부터 수연이를 키울 생각은 아니었다. 입양 전 양육을 도와주는 ‘사랑의 부모’에 지원해 처음 수연이를 알게 됐다.

그러나 1년이 다 되가도록 심장병이 있는 수연이를 입양할 가정이 나타나지 않았다. 좌심방과 우심실 사이에 큰 구멍이 있는 수연이는 더는 수술을 미루면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상황.

정복임씨는 정든 수연이를 그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나이도 많고 힘들다는 이유로 반대하던 큰 아들을 정씨는 ‘수연이가 아프니까 우리가 품어주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수술비가 문제였다. 남편 현씨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 8개월 정도 실직 아닌 실직상태가 됐다. 조급한 마음에 증권에 손을 댔다가 오히려 큰 돈을 날리기도 했다.

할 수 없이 살던 전세금을 빼서 수술비를 댔다. 그리고 현씨가 운전기사, 막노동 일을 해 가족의 생활비를 댔다.

수술 후 수연이는 눈에 띌 정도로 회복돼 갔다.

그리고 2003년 정씨는 지호까지 ‘공개 입양’했다.

동생 타령을 하는 수연이를 위한 결정이었다. 지호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었다. 또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얼굴을 제외한 온 피부가 발진으로 성한 곳이 없었다.

처음에는 정씨도 너무 힘이 들어 지호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수연이가 “엄마, 사무엘(지호)을 끝까지 키워주세요. 사무엘을 데려다 주시면 제가 다시 데려올 거예요”라며 애원하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공개 입양’을 한 탓에 아이들은 입양아란 사실을 알고 있다.

정씨는 “한번은 수연이가 ‘나중에 낳아준 엄마를 찾아야지’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그럴때면 ‘그래, 같이 찾자’고 해요”라고 말한다.

막내 지호의 생모와는 딱 한번 e메일 연락이 됐다.

생모가 한 인터넷 사이트 미혼모 게시판에서 ‘키우려고 애썼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내용의 글을 계속 올리며 괴로워하지 정씨가 먼저 e 메일을 보낸 것. 생모는 “진심으로 감사하다. 아프거나 속을 썩이더라도 잘 봐 달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오늘도 세상에 흔치 않은 사랑을 보여주는 현교진씨와 정복임씨. 그래선가 어머니 정씨가 말하는 자식 사랑은 남다르게 들린다.

“매서운 겨울 견뎌내고 봄마다 보란 듯 드러내는 아지랑이처럼 모성애는 자식을 키우면서 겪는 된서리 같은 어려움도 거뜬히 이겨내게 만들죠.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속이라도 뛰어들게 만드니 그보다 강한 마취제가 어디 있겠어요?”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